상장한 지 두 달 된 항암면역치료제를 연구ㆍ개발 기업 박셀바이오가 시가총액 1조 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단기간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는 평가에 투자위험종목까지 지정됐지만, 투자심리를 여전히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박셀바이오는 두 달여 전(9월 22일) 상장 이후 상승세를 계속하며, 상장 첫날 2만1300원(종가)이었던 주가는 12만 원대(이날 오전 10시 기준)까지 치솟았다.
두 달 간 5배 이상 오른 것으로, 총 5번의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날 주가 상승세로 시총은 9000억 원대로 성장했다.
박셀바이오가 주목받는 것은 이 회사의 신약후보물질(Vax-NK)이 가진 적응증(치료 질환) 확장 가능성 때문이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박셀바이오의 면역세포치료제 Vax-NK는 총 9개 암종에 대한 응급 임상에 사용됐다. 그 결과 간전이췌장암 다발골수종 지방육종 진행성간암 총 4건에 대해 완전관해(CR)를 확인했다. 교모세포종에 대해서는 부분관해(PR)를 기록했다.
Vax-NK는 국내 임상 2상 단계인 진행성간암에서도 첫 환자에서 완전관해 사례를 확인했다. 임상 2상은 1상 대비 2배 용량을 투여한다. 현재 두 번째 환자까지 투여를 마쳤다.
김재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췌장암은 조기 발견이 힘들고 간에 전이된 4기 환자에 대해서는 수술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간전이췌장암의 완전 관해는 고무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바이오벤처들은 신약 발굴에서 초기 개발(전기 임상 2상)까지 진행한 후 대형제약사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기술이전하는 게 일반적인 전략이다. 임상 2상 이후부터 막대한 개발비와 기간을 버틸 여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박셀바이오의 주가가 오를수록 고평가 논란과 투자자 주의가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는 17일 박셀바이오가 3거래일 종가보다 45% 이상 상승했고, 최근 15거래일 내 종가 중 최고가인 점등 단기적으로 주가변동이 크다고 판단해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했다. 박셀바이오는 18일 하루 거래 정지되기도 했다.
박셀바이오는 신약 개발 연구로 기술 특례상장한 기업이다. 기술 특례 특성상 영업이익과 같은 실적은 전무한 상태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손실만 지속되고 있어, 파이프라인(개발신약 제품군)의 가치로만 평가할 수밖에 없다.
비슷한 제품군을 개발 중인 다른 상장사의 시가총액과 비교하는 방법도 가치 평가에 쓰일 수 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췌장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아이발티노스타트'가 진행성 또는 전이성 췌장암 환자에 대한 임상 2상 시험에서 안전성을 인정받아 이달 9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신속심사 대상 의약품으로 지정됐지만, 시가총액은 7000억 원대다.
대주주 씨앤팜으로부터 췌장암 신약 독점 판매권 확보를 통해 신규사업의 동력을 마련한 현대바이오는 시가총액 3789억 원 규모다.
이 밖에 췌장암 관련 파이프라인을 보유중인 헬릭스미스 8000억 원대, 에스티큐브 2400억 원대 등이다.
일반적으로 바이오기업의 가치는 개발 신약의 효과 발표나 논문에 의존적일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신약 개발 특성상 아직 제품화까지 많은 시간이 남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신약 개발은 임상2상까지는 효능 입증 과정이며, 임상3상은 실제 환자 대상 투약 가능성과 갖가지 부작용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나눌 수 있다.
임상 2상에서 효과를 보더라도,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효과를 내지 못하거나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드러나면 수년간의 연구가 물거품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기술특례 상장 바이오벤처에서 고질적으로 지적돼 온 문제다.
정부가 2005년 도입한 기술특례상장 제도가 취지와 달리 부정적 인식을 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제도는 혁신기술을 갖췄지만 실적이 저조한 기업들을 위해 도입됐다. 지난달 100번째 기업이 탄생했지만, 상장 대상의 80%가 바이오기업에 편중됐다.
지난해에도 23개사가 기술특례로 상장했지만, 절반이 넘는 13개사가 바이오기업이었다.
간암 치료제 개발 기대감으로 한때 코스닥 시총 2위까지 올랐던 신라젠은 미국 임상 3상 과정에서 독립적인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DMC)로부터 펙사벡 임상시험 중단을 권고받으며, 개발이 중단됐다. 이후 신라젠의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상장 폐지 여부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