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환율 1100원 위협, 저환율 리스크 대비 급하다

입력 2020-11-18 18:01 수정 2020-11-18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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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하락 추세(원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달러당 원화 환율은 지난 16일 1109.3원으로 23개월 만에 1100원대로 내려앉았다.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17일에도 1106.6원으로 전거래일보다 2.7원, 18일은 1103.8원으로 2.8원 더 떨어졌다. 2018년 6월 15일(1097.7원) 이후 최저치다. 환율 하락은 최근 가파른 양상이다. 올해 최고치였던 3월 19일의 1285.7원에 비교하면 8개월 동안 14%나 낮아진 것이다.

원화 가치가 이처럼 치솟고 있는 것은 세계 경제의 불안이 완화하면서 위험자산 투자 심리가 강해지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조 바이든 차기 대통령 당선으로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나올 전망이고, 중국과의 무역분쟁도 어느 정도 누그러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 미국 화이자와 모더나 등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진전되고 있는 것 또한 불확실성을 줄였다.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대량의 순매수를 이어가는 것도 원화 강세 요인이다. 외국인들이 11월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사들인 주식은 4조8000억 원 규모다.

앞으로도 환율은 더 내려갈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지속적인 원화 강세 압력으로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1100원이 곧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경기 반등으로 위안화도 빠르게 절상되는 추세다. 우리 원화는 중국 위안화에 동조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당장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에도 비상이다. 겨우 숨통을 틔우고 있는 수출에 찬물을 끼얹는다. 한국 경제의 과거 환율의존 구조가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 해도, 급격한 원화 강세가 가져올 피해는 여전히 크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 수출이 줄고, 수출에 주력하는 기업일수록 수익성과 실적이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해외판매 비중이 80% 이상인 현대·기아차만 해도 환율이 10원 내릴 때 매출 감소가 200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수주 산업인 조선, 달러 결제 비중이 높은 정유업계 등도 비상이 걸렸다. 환율 영향은 중소기업이 더 크게 받는다. 대기업은 환헤지 능력이라도 있고 결제통화 다변화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그런 부분에서 매우 취약하다.

환율 하락 속도가 너무 빨라 외환시장이 불안해지고,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환율 문제로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이 우려된다. 성장의 견인차인 수출에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대책과 수출기업 지원 방안이 긴요하다. 근본적으로는 추세적인 저환율 시대에 대비해 우리 경제를 내수 주도의 체질로 바꿔나가는 것이 당면한 과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화가 퇴조하고 교역환경도 나빠질 공산도 크다. 빨리 서비스산업 육성 등 내수 기반을 키워 환율 리스크를 줄이는 구조개편으로 우리 경제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제대로 된 밑그림과 적극적인 실행 대책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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