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기 ‘뫼비우스의 띠’] 3년 옥살이 대가 수백억…꼬리 무는 비극

입력 2020-11-19 05:00 수정 2020-11-19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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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 범죄자 10명 중 9명 실형
특경법 위반 사범은 25%가 집유
범죄 형량 ‘비례성 원칙’ 어긋나
국내 경제사범 최고 양형 23년
100년 이상 징역형 등 美와 대비

# 2014년, A 씨는 문이 닫힌 분식집에 들어가 라면 2개를 끓여 먹었다. 허기를 채운 뒤 라면 10개와 2만 원 가량이 담긴 동전통을 훔친 A 씨는 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절도죄 전과 이력 때문에 A 씨에게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 씨,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고 투자매매회사를 세워 1700억 원 상당의 주식을 팔고 시세차익으로 130억 원을 챙겼다. 이후 투자자들에겐 원금과 투자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240억 원을 끌어 모아 허위 정보를 제공하며 292억 원의 비상장주식을 판매했다. 수백억 원을 챙긴 이 씨의 형량은 A 씨와 같은 3년 6개월이다.

횡령·배임·사기·자본시장법 위반 등 화이트칼라 금융 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안이한 인식이 범죄를 양성하고 있다. 사회 안전망의 빈틈으로 발생한 생계형 범죄와 누군가 평생을 모은 돈을 거짓말로 현혹해 악탈하는 금융 범죄의 형량이 별 다른 차이가 없다는 것이 비례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경제사범에도 마땅한 책임을 물어 미래의 금융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8일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특정경제범죄법(특경법) 위반 사범 1676명 중 25%인 423명이 집행유예를 받았다. 상습강도·절도범(1891명) 등 일반 범죄의 경우 집행유예를 받은 사람은 1명도 없었다. 특경법은 횡령·배임 등으로 챙긴 돈이 5억 원 이상일 때 적용하는 법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특경법 위반 사범의 57%(959명)가 실형, 나머지 10%(166명)이 무죄를 선고 받았다. 반면 상습강도·절도범은 91.6%(1733명)이 실형을 받았다. 실제로 지난해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80억 원대 탈세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삼성그룹 임원은 집행유예를 받았다. 반면 열흘을 굶다가 달걀 18개를 훔친 B씨는 징역 1년을 선고 받았다.

미국은 우리와 달리 금융 범죄를 엄하게 다스리고 있다. 금융 범죄는 신뢰 산업인 금융의 근간을 흔들기 때문이다. 나스닥 증권거래소 위원장까지 지낸 유력 금융인 버나드 메이도프도 미국의 엄격한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없었다. 메이도프는 신규 투자자에게 받은 돈을 기존 투자자들에게 수익금 형식으로 주는 폰지 사기로 650억 달러의 피해를 야기 했다는 혐의로 150년형을 선고받았다. 우리나라 역대 경제사범 중 최고 양형이 23년인 것을 비춰볼 때 우리나라와 미국의 금융 범죄에 대한 인식 차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금융 범죄로 10년이 아니라 20년, 30년 형을 받으면 누가 선뜻 범죄를 저지를 수 있겠나, 초범이라고 감경해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범죄은닉자금을 피해자에게 그대로 돌려줄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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