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금] 바이든의 미국은 트럼프의 미국보다 더 안정적일까

입력 2020-11-1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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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트럼프에 의하면 아직 끝나지 않은 이번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이 압승할 것이라는 대다수 여론 전문기관의 예측이 완전히 뒤집히면서 바이든은 가까스로 당선권에 진입하였다. 심지어 트럼프의 득표수가 4년 전보다도 더 늘어서, 미국 유권자들의 트럼프에 대한 지지도는 오히려 더 높아지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이러한 결과를 놓고 미국 민주당 일각에서는 “미국 유권자의 절반은 누구를 찍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한지조차 분별할 능력을 상실했다”고 트럼프 지지자들을 비판하면서, 스스로를 더욱 정치적인 궁지로 몰고 있다.

대체적인 예상은 바이든이 지금의 무정부 상태를 딛고 어렵사리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만들 수 있는 변화는 매우 제약적이리라는 것이다. 첫째 이유는 바이든과 함께 압승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하원 선거에서 오히려 공화당의 의석수가 늘었으며 상원도 여전히 공화당이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커져 바이든 행정부가 공화당의 협조 없이 새로운 정책을 입법하기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다. 의회에서 입법이 막힐 경우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정책 집행을 시도해볼 수도 있겠지만 이마저도 대법관 9명 중 6명이 골수 보수파인 연방대법원에 막혀서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당초 예상과 달리 트럼프 지지표가 오히려 늘어난 이유로, 선거 유세기간에 발생한 인종갈등 과정에서 바이든과 민주당이 약탈행위 및 치안부재 상태를 오히려 조장했다는 보수 및 중도층의 판단과 함께, 상당수의 중남미 출신 이민자들에게 “바이든이 쿠바 등 좌파 및 공산당 정권들과 관계 개선을 할 것”이라는 트럼프의 선동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도 있다. 아울러 민주당은 이미 ‘좌파 이념에 집착하는 소수 엘리트집단의 정당’이 되어서 정작 없어지는 일자리에 신음하는 저소득층을 대변하는 정당이 아니라는 인식이 노동자 사이에 만연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당장 트럼프가 확산시키려는 선거불복 움직임이 사회적 소요사태로 번질 가능성은 여전히 심각한 위기요인이다. 또한 다행히 큰 사회적 충돌 없이 예정대로 내년 1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새 정부가 추진하는 대부분의 정책이 공화당을 비롯한 반대 여론에 발목 잡혀 실행되지 못하는 식물정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만약 새로 출범할 바이든 행정부가 이런 식물정부의 모습을 보인다면 바이든 시대의 미국은 트럼프의 미국 못지않게 혼돈과 쇠락의 길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미국의 쇠락이 가속화할 경우 이는 단순히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경제 및 정치체제의 무질서와 혼란이 커지면서 세계경제는 물론 우리 경제에 더욱 큰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미국과 세계경제의 조속한 안정화를 위하여 바이든 행정부가 집중해야 할 일은 수사학으로서의 미국사회의 통합이 아니라 줄어드는 일자리와 소득 감소에 허덕이는 저소득층에 생활안정에 대한 구체적 비전을 심어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중도 및 보수 유권자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약탈과 사회적 소요사태로부터 사회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안정화 조치들도, 오바마 케어를 되살리고 복지지출을 늘리는 민주당의 전통 정책들과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만약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서민 유권자들의 먹고사는 문제들에 대한 청사진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지난 대선에서, 또 이번 대선에서도 그랬듯이 유권자들은 분노와 분열을 조장하는 극우 선동가들에게 빠져들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첫걸음부터 불안한 바이든 행정부에 가장 다급한 현안은 세계 최악의 코로나 감염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면서, 동시에 저소득 노동자들의 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런만큼 바이든 행정부가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다양한 정책 협력에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때, 북핵 문제의 전향적 해결을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협력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다. 상대방의 가려운 곳을 먼저 긁어주는 것이 우리의 요구와 이해를 관철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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