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53%는 백인…피해 집단 1위는 흑인
성 소수자 대상 증오범죄도 급증
지난해 미국에서 발생한 증오범죄 건수가 10년 내 최고 수준으로 집계됐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이날 보고서를 발간하고 지난해 발생한 증오범죄가 7314건이라고 밝혔다. 이는 2008년 7783건 이후 최다 기록이자 3년 연속 7100건을 넘어선 것이다. 증오범죄가 살인으로 이어진 사례는 51건이었다.
증오범죄란 인종이나 성별, 성적 지향, 나이 등 사회적 약자가 가진 특징에 이유 없는 증오심을 가지고 불특정한 상대에게 테러를 가하는 범죄행위를 말한다. 유대인을 대상으로 한 나치나 흑인을 대상으로 한 큐클럭스클랜(KKK) 등이 증오범죄 집단에 해당한다.
증오범죄 가해자의 52.5%는 백인이었다. 흑인을 표적으로 한 증오범죄는 전체의 26%로, 2018년보다 1% 줄었지만, 여전히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유대인을 표적으로 한 증오범죄는 전년 대비 14% 늘어난 953건으로 2008년 이후 가장 많이 증가했다. 백인 대상 증오범죄는 전년 대비 12.6% 감소한 666건이었고, 아랍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16% 늘었다.
성 소수자를 뜻하는 LGBTQ(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퀴어)를 향한 증오 범죄도 18% 늘었다. 이는 FBI가 2013년 LGBTQ 증오범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미국에서는 1991년부터 증오범죄를 공식범죄통계의 한 유형으로 집계하고 있다. 다만 미국 전역의 사법 기관 1만5000곳 중 2172개 만이 증오범죄 데이터를 FBI에 제출해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은 증오범죄 건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파악된다. 일례로 2017년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백인우월주의 단체가 시위하다 폭력을 행사해 20명이 죽거나 다친 사건은 증오범죄에 포함되지 않았다.
남부빈곤법률센터(SPLC)는 “FBI의 증오범죄 보고서는 실제 사례를 상당히 과소평가한다”며 2017~2019년 백인우월주의 단체가 55%나 늘면서 증오범죄가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또 “가중 폭행과 단순 폭행이 늘고, 협박은 줄어 증오범죄의 형태가 폭력으로 번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브라이언 레빈 증오·극단주의 범죄 연구소장은 “정치가 증오범죄 과정에서 역할을 한다”며 “대통령의 말은 실제 공격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증오범죄가 전반적으로 감소하겠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관한 잘못된 정보로 인해 아시아계 미국인 대상 증오범죄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