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6일 추수감사절 전에 일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할 생각이다. 그동안 차기 재무장관 후보로는 버락 오바마 전 정권에서 재무차관(국제 담당)을 지낸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와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로저 퍼거슨 전 연준 부의장이 유력하게 거론되어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미국 언론들은 옐런 전 의장을 재무장관 후보로 강력하게 미는 분위기다. 주요 인사 승인 권한이 있는 상원에서 공화당이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인지도에서 밀리는 후보를 내밀었다가는 의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수 100석인 상원은 공화당이 50석을 굳혔고, 내년 1월 결선 투표에서 남은 2개 의석 중 1개를 가져가면 공화당이 다수당이 된다.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를 유지하지만, 새 의회도 도널드 트럼프 정권 때처럼 ‘트위스트 의회’가 계속되면 재무장관은 예산문제 등에서 상하 양원의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
이처럼 불확실한 상황에서 재무장관에 거물을 내면 민주당은 세제개혁 등의 협의에서 의회를 주도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옐런 전 의장은 금융정책뿐만 아니라 고용문제 전문가이기도 하며, 탄소세 도입을 주장하는 등 환경대책에도 일가견이 있다. 대선 유세 기간에 바이든 당선인이 경제 양극화 문제를 놓고 옐런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또 옐런은 2014년 연준 의장에 취임할 때 이미 의회 승인을 한 번 거친 만큼 상원에서도 인준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재 브루킹스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있는 옐런 전 의장은 재무장관 물망에 오르자 강연 일정을 일부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가 되든 차기 재무장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문제와 세제 개혁, 은행 개혁 등 바이든 정권의 주요 정책을 주도해야 하는 막중한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은행 사업과 증권 사업을 분리하는 현대판 ‘글래스-스티걸법’을 공약했는데, 공화당이 상원에서 우위를 차지하면 실현은 어렵다. 따라서 바이든 체제는 주요 정책으로서 경제 격차 좁히는 데 초점을 맞춘 금융 시스템 개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또 민주당은 정권 강령에서 ‘연준에 의한 은행계좌 제공’을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미국 가계는 5.4%(약 710만 가구)가 은행계좌가 없다. 코로나19 대응책으로 어른 1인당 1200달러를 지급하는 현금급부 방안을 발동했지만, 저소득층은 은행계좌가 없어 이마저도 제외됐다. 이에 민주당은 ‘전 국민 은행계정’ 실현을 주장, 연준이 아닌 연방우체국(USPS)에 은행계좌를 공급하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