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실직한 취약계층이 생계 어려움에 시달리지 않도록 단기적으로는 일자리 제공을 확충하되, 이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재정 투자와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경제가 살아나야 양질의 일자리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7월부터 약 1조 원의 재정을 투입해 연말까지 정부 부처와 산하 공공기관들이 11만5000개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 비대면·디지털 일자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경제 기반 조성을 위한 데이터·콘텐츠 구축 분야와 코로나19 조기 극복을 위한 비대면 행정서비스 분야 일자리로 구성됐다.
그러나 해당 일자리는 근무요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편이다.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으로 주 40시간 일하면 한 달에 180만 원가량을 받는다. 무엇보다도 근무기간이 4개월 정도에 불과해 사실상 ‘단기 아르바이트’라고 해도 무방하다. 일자리를 얻어도 계약기간이 끝나면 다시 실직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열악한 근무요건으로 인해 중도 퇴사자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올해 7~9월 비대면·디지털 일자리 사업을 통해 채용한 인원은 1540명으로 이 중 43%에 달하는 661명이 채 2개월이 되기 전 퇴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퇴사자 비율이 상당한 것은 열악한 근무여건이 주원인이라고 김 의원은 지적한다. 그는 “퇴사자 비율이 이렇게 높은 것은 일자리 질이 그만큼 낮다는 방증”이라며 “정부가 단기 일자리 통계만을 위해 국민 혈세를 투입하기보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김 의원과 비슷한 생각이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현재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 만큼 일단은 정부가 일자리를 잃은 취약계층에 단기적으로 일자리 제공에 힘쓰고, 이와 동시에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제와 노동시장이 얼어붙은 현 상황에서는 우선적으로 정부가 돈을 풀어 실직한 취약계층의 생계 지원 및 일자리 제공에 나서는 것이 급선무”라며 “이와 함께 유망 4차 산업과 전통 주력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경제 체질을 제고해야 한다. 그래야 취약계층이 편입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 질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상대적으로 경기를 덜 타는 공공부문의 일자리 나누기도 필요하다. 시간제 정규직 확대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도 교수도 “실질적인 일자리 확보를 위해서는 현재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관건”이라며 “이를 위해선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그러면 새로운 산업이 출현하고, 일자리 창출도 동반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용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현 노동시장의 경직성도 문제”라며 “생산성과 투명한 성과 평가에 따른 노동시장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취약계층의 고용 안전망 구축도 중요하다는 주문도 있었다. 이병훈 교수는 “현재 전체 취업자 중 절반 가까이가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들을 고용보험에 편입시킨다면 실직하더라도 실업급여를 통해 생계 부담을 덜고, 안정적으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 내년 1월에 도입되는 실업부조(국민취업지원제도) 대상도 점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형 실업부조로 불리는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저소득층, 청년, 폐업 영세자영업자 등 취업 취약계층에게 직업훈련·일경험프로그램 등 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구직활동 기간 중 구직촉진수당(월 50만 원)을 최장 6개월 동안 지급하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