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약관에 따른 연금 전액을 지급하라" 판시
현재 재판 중 삼성, 한화, 교보생명 등 사건에 영향
"가입자들에게 미지급한 연금액을 지급하라."
금융감독원과 생명보험사들의 줄다리기가 이어졌던 '즉시연금 미지급' 사태의 첫 판결이 나왔다. 미래에셋생명에 대한 이번 판결은 현재 소송 진행 중인 다른 생명보험사(삼성, 한화, 교보생명 등) 사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장 가입액 규모가 큰 삼성생명의 경우, 미래에셋과 달리 ‘만기환급금을 고려’라는 표현조차 없었기에 피해자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10일 서울동부지방법원 민사3단독 재판부는 미래에셋생명과의 1심 선고에서 소비자인 ‘원고 승소‘의 판결을 내렸다. 남성우 판사는 "미래에셋의 즉시연금 만기환급형 상품의 약관에 연금액 중에서 만기환급금지급 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이 명시·설명되어 있지 않으므로 약관에 따른 연금 전액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미래에셋생명은 약관에 ‘계약자적립금(순보험료)을 기준으로 만기환급금을 고려한 금액’이라고 돼 있어 ‘만기환급금을 고려’가 만기환급금 지급 제원을 공제한다는 의미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피해자들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세 김형주 변호사는 미래에셋생명이 약관에 중도인출금액에 대해선 ‘차감’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음에도 유독 만기환급금은 ‘차감’ 대신 ‘고려’라는 의미의 표현을 사용한 것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서 사업자는 고객이 약관의 내용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명시의무를 져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래에셋생명은 공시이율 산출기준은 약관에 수식까지 동원해 상세히 설명했으나, 즉시연금 만기환급형의 연금액에 대해서는 단순히 ‘만기환급금을 고려하여 계산’한다고만 표현했다.
또한 미래에셋생명은 "가입설계서 등을 통해 연금액의 수준, 즉 공시이율적용이익의 전부가 아니라 이보다 적게 지급한다는 것이 설명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소송대리인은 "명시가 되지 않은 내용이 설명될 수 없으며, 가입설계서의 예시 금액은 그 계산 방법이 아닌 예시 금액만 있을 뿐이고 실제로 가입자들이 받은 가입설계서에는 만기 30년의 경우 종신형보다 연금월액이 크게 표시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공시이율적용이익 계산의 기초가 되는 순보험료 금액이 실제 순보험료와 다르게 기재되는 등 가입설계서의 내용이 이를 설명할 수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업계는 미래에셋생명에 대한 이번 판결로 현재 진행 중인 다른 사건도 소비자 승소 가능성이 커졌다고 예측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은 ‘만기환급금을 고려’라는 표현조차 없었다"며 "피해자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더욱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이번 선고는 삼성생명 등 다수 보험사 대상으로 공동소송을 진행하는 즉시연금 공동소송 재판에서 가장 먼저 원고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라 의미가 크다"며 "당연한 원고 승소 판결이지만, 생보사들은 금융감독원의 지급지시도 무시하고 극소수의 소송에 참여한 소비자만 보상하고 소멸시효를 완성시키기 위해 소송전을 펼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