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성북구에 거주하는 신예원(22·여) 씨는 7개월째 구직 중이다. 외국어 특기자인 신 씨는 올봄까지 학자금대출로 등록금을 해결하고 국제행사 통역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마련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퍼지면서 모든 일이 끊겼다. 다른 일도 여의치 않다. 옷가게 등 전문소매점에선 있던 일자리도 사라지는 판이다. 신 씨는 “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등록하니 절박함을 이용해 사기를 치려는 사람들한테만 연락이 온다”며 “모아놓은 돈은 7개월간 생활비로 거의 다 써버렸고, 학자금대출 이자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외부활동 위축으로 도·소매점과 숙박·음식점 등 대면서비스업과 여행·관광·행사 관련 서비스업의 일자리가 증발했다. 고용노동부가 9일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로 본 10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숙박·음식점업의 경우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가 전년 동월보다 2만2400명 줄었다. 상당수는 대학생 등 청년층의 아르바이트 자리다.
청년들의 실질적 고충은 입법에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각종 법률 발의안의 제안설명에 ‘청년’이란 이름이 붙지만, 청년들의 요구와는 괴리가 크다. 여당이 추진 중인 △실업자·해고자 노동조합 가입 허용 △1개월 근속 시 퇴직급여 지급 △상시업무 직접고용 의무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이들 법안을 ‘청년절망 3법’으로 명명하고 입법의 부작용을 알리는 데 주력 중이다. 청년을 위한다는 대책이 청년의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는 게 요지다. 전경련에 따르면, 5월 기준으로 졸업 후 취업을 하지 못한 청년은 동월 역대 최다인 166만 명을 기록했다.
이보다 심각한 문제는 코로나19로 사라진 일자리가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다시 늘어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한 상품·서비스 거래의 비대면(언택트) 전환이 감염병 상황과 무관하게 추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서다. 기존에도 사람이 하던 일이 키오스크, 폐쇄회로(CC)TV 등으로 대체되던 상황이었다. 코로나19는 이런 노동시장 변화를 앞당겼다.
앞으로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증강현실(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중심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도 ‘코로나 실직자’들의 취업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라진 일자리는 주로 판매 등 단순노무직인 데 반해, 새 일자리는 전문지식·기술을 필요로 하는 직업이어서다. 대학생 등 취약계층을 위한 저숙련 일자리를 유지하는 게 새 일자리 발굴로 일자리 총량을 유지하는 것만큼 중요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