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뒤집고 박빙의 승부 펼쳐
우편투표 개표 지연 등 변수 여전
지금까지 이런 드라마는 없었다. 역대 가장 파란만장했던 미국 대선 투표가 3일(현지시간) 끝났지만, 개표 과정에서 반전이 거듭되며 결국 당일 승자를 가리는 데 실패했다.
2016년 대선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가 대선 다음 날 새벽 3시쯤, 한국시간으로는 오후 5시 패배 승복 연설을 하면서 대선의 대장정이 끝났지만, 올해는 상황이 전혀 다르게 전개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동부시간으로 4일 오전 3시 20분(한국시간 4일 오후 5시 20분) 시점에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227명의 선거인단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13명을 각각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대선은 선거인단 538명 중 과반인 ‘매직넘버’ 270명을 얻는 후보가 승리한다.
그러나 대선 전 주요 여론조사가 모두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의 낙승을 점쳤지만, 4년 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대선 결과를 예측하는 데 실패했다.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의 우세였던 6개 경합주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을 뒤집고 트럼프 대통령이 크게 선전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트럼프는 남부 선벨트(북위 37도 이남 지역 총칭)에 속한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와 러스트벨트(미국 중서부와 북동부의 쇠락한 공업지대)에 있는 위스콘신과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등 핵심 경합주 6곳 중 애리조나를 제외한 5곳에서 우위를 점했다. 트럼프는 경합주 중 가장 많은 29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플로리다에서 승리한 것은 물론 러스트벨트 3개 주에서도 앞섰다. 이 3곳은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에게 승리를 안긴 곳이다. 최종 집계 결과가 지금 상황대로라면 트럼프는 또 다시 대역전극의 주인공이 된다.
바이든 후보는 예상대로 인구가 많은 북동부와 서부 주를 휩쓸었다. 여기에 러스트벨트 3개 주는 바이든 지지층이 많이 참여한 우편투표가 늦게 개표돼 아직 상황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초박빙의 승부가 펼쳐진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우편투표 급증에서 비롯된 개표 지연까지 겹치면서 극심한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두 후보 모두 자신의 ‘큰 승리’를 주장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바이든 후보는 4일 오전 0시 40분께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했다. 그는 “대선 결과 발표가 이날 오전이나 그 이후로 지연될 수 있다”며 “모든 개표가 완료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우편투표 등 사전투표에서 우위를 강조하면서 경합주에서 최종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에 발끈한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트위터로 “우리는 크게 이기고 있다”며 “하지만 그들(민주당)이 지금 선거를 훔치려 한다”고 응수했다. 트위터는 이 트윗이 선거 절차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경고 딱지를 붙였다.
더 나아가 트럼프는 백악관 연설을 통해 자축 분위기까지 연출했다. 그는 “우리는 이 선거에서 이기려 하고 있고, 솔직히 말하면 승리했다”며 “수많은 국민이 우리를 뽑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큰 축하를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모든 것을 이겼다”며 “그리고 갑자기 그것이 취소됐다. 이는 미국 대중에 대한 사기이고 우리나라를 당혹케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이미 승리를 거뒀다는 주장을 통해 사전투표 집계 등으로 대선 결과가 패배로 나오면 불복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밝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