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선배는 몇년 전 잘못 보낸 돈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하소연했다. 선배는 지인에게 몇백만 원을 송금하고 나서야 실수로 다른 계좌로 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반환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상대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몇 년 동안 연락을 취하는 노력 끝에 일부 돌려받았지만, 지금은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고 한다.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지만, 절차가 복잡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인지대 등 비용이 발생해 잊기로 했단다. 수취인이 돈을 돌려준다면 좋지만 거부할 경우 법적으로 반환을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돌려받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착오송금 반환건수는 51만4364건, 금액으로는 1조1587억 원에 이른다. 반면 같은 기간 잘못 송금하고도 돌려받지 못한 건수도 26만9940건(5472억 원)으로 52.9%에 달한다.
착오송금 반환 청구건수는 2016년 8만2924건(1806억원)에서 지난해 12만7849건(2574억 원)으로 50% 이상 증가하는 등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금액이 클 경우 소송을 통해 돌려받기도 하지만 소액은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코로나19로 비대면 금융거래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착오송금 구제 방안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에도 착오송금 구제에 대해 법적으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있었다. 20대 국회에서 예금보험공사 업무에 착오송금 피해 구제업무를 추가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통과를 추진했지만, 찬반 논란에 부딪혀 불발됐다.
개인의 실수에 대해 공공기관이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또 피해 구제에 들어가는 돈을 정부 재원이나 금융회사 출연금을 투입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됐다.
21대 국회에서 금융위와 예보는 또다시 착오송금 반환지원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번엔 재원 논란을 없애기 위해 수취인이 얻은 부당이득을 회수하고 피해구제에 따른 비용은 사후정산 방식으로 처리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한다.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하면서 착오송금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최근에는 착오송금의 복잡한 반환절차를 악용해 착오송금을 가장한 보이스피싱 사기까지 등장했다고 하니 단순 개인의 실수로 보기보다 시스템의 부작용으로도 볼 수 있다.
터치 한 번의 실수로 내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억울한 일은 꼭 해결해야 할 문제다. 개인의 정신적·금전적 피해뿐 아니라 금융기관과 공공기관의 업무 처리 비용면에서도 손실이다. 개인이나 은행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당국 차원에서 적극 나서서 해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