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생산중단과 판매망 붕괴 등 부침을 겪었던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제2의 팬데믹을 포함한 갖가지 변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4분기부터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9월 현대차(4.2%)와 기아차(4.1%)의 미국시장 합산 점유율은 8.3%에 머물렀다. 전년 대비 0.5% 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다만 올해 4월 들어 미국시장에서 점유율 신기록(9.4%)을 세웠던 점을 고려하면 하락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현지시장 경쟁 심화가 시작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해 들어 5~8월 코로나19 쇼크로 미국과 유럽의 완성차 메이커들이 공장가동을 중단했다. 반면, 현대ㆍ기아차는 내수 활성화에 맞춰 국내 공장을 부지런히 돌렸다.
이 기간 내수 판매 활성화는 물론, 수출 물량도 원하는 만큼 뽑아냈다. 덕분에 여전히 코로나19 쇼크에 빠져 허우적대던 경쟁사보다 시장 방어에 성공했다. 나아가 일찌감치 출구전략을 실행할 수 있었다.
반면 이들 경쟁사의 회복세가 완연해지면 세계 시장 곳곳에서 현대ㆍ기아차와 경쟁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장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에서 이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해 시작한 현대차의 신차효과는 올해 들어 감소하기 시작했다. 9월 점유율이 전년 대비 0.1% 포인트 감소한 것. 그나마 기아차의 신차효과가 올해부터 꾸준히 이어지면서 전년 대비 점유율이 0.6% 포인트 증가했다.
경쟁사 대비 신차효과가 뚜렷해 코로나19 쇼크를 일부 반감했으나 이 효과가 얼마만큼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나아가 경쟁사들이 대대적인 마케팅 전략을 앞세워 부진 회복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차가 호실적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현대차와 기아차ㆍ한국지엠ㆍ르노삼성ㆍ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5사의 국내ㆍ외 판매는 총 70만782대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 감소한 수치다.
신차 효과를 누린 기아차, 한국지엠의 내수 및 해외 판매가 전년 대비 늘어난 반면, 현대차와 르노삼성 등은 전년 대비 감소했다.
미국과 유럽, 중국, 인도 등 주요 국가가 내년 초 본격적인 경기부양책을 앞세워 자동차 산업 활성화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각국의 자국 메이커 보호조치도 한국차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올 4분기 한국차에 대한 전망에 신중한 자세다.
이날 금융정보업체 FN가이드가 분석한 4분기 현대차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9조5395억 원과 1조7931억 원 수준이다. 전년 대비 6.5%와 47.9%씩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기아차의 경우 매출은 17조2726억 원, 영업이익 1조448억 원이 점쳐진다. 각각 전년 대비 7.2%와 69.6% 증가한 규모다.
양사 모두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최근 잇따라 선보인 신차효과에 힘입어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지만, 경쟁사(토요타와 닛산, 폭스바겐 등)가 잇따라 신차를 선보일 내년 상반기부터 판매 위축에 따른 실적 하락을 우려된다.
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내년부터 한국차가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피크 오버(Peak Over)'를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약 2년 동안 대대적인 신차가 쏟아진 이후 상대적으로 신차 절벽 기가 길게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