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2021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은 논란 중인 현안에 대해서는 최대한 언급을 줄이고 당면 과제인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이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에 초점이 맞춰졌다.
우선 키워드를 분석해보면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경제’를 43번이나 언급하며 내년 국정운영의 최우선에 두고 있음을 강조했다. ‘경제’는 지난해 시정연설에서도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였지만, 당시 언급 횟수는 29번이었다. 두 번째로 많았던 단어가 28번 나온 '위기'라는 점에서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절박함을 읽을 수 있다. 이는 다른 문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문 대통령은 "빠르고 강한 경제회복에 최우선을 두겠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 충격에서 빠르게 벗어나 경제회복의 속도를 높이고 확실한 경기 반등을 이루겠다"고 했다. 속도와 함께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약속한 셈이다.
'코로나'가 25번, '방역'이 23차례 등장했고 ‘일자리’ 18번, ‘뉴딜’ 17차례 나왔다. 또 위기와 한 묶음으로 볼 수 있는 ‘극복’을 12차례 말했고, ‘재정’(7), ‘성장’(7), ‘민생’(7) 등도 자주 언급했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서해상 공무원 피살사건 등으로 위축된 남북관계를 반영하듯 ‘평화’는 11번 등장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시정연설 당시 27번이나 등장했던 ‘공정’은 두 차례만 나왔고, ‘검찰’은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경제회복과 일자리 확대의 지렛대로 재정 투입 확대를 강조하면서 민간 부문의 활력을 높이는 방안은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재정 일자리 대책 추진을 강조하면서 “정부의 투자는 민간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이라며 “기업들도 일자리 유지와 창출에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을 뿐이다.
한국판 뉴딜의 당위성과 비전을 설명하면서 다른 분야보다 그린뉴딜에 상대적으로 힘을 실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특히 탄소배출과 관련해서는 처음으로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그린’을 6차례 언급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 변화에 적극 대응해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탄소중립’ 달성 시기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넷제로’라고도 불리는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제거량이 같아져 온실가스 배출이 '제로(0)'인 상태를 말한다. 앞서 환경부는 8조 원이 투입되는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하면서 탄소중립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목표 시기를 언급하지 않아 환경단체들의 비판을 샀다. 문 대통령의 이 발언에서 기립박수가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북한과 관련해서는 지난해보다 오히려 진일보한 메시지가 담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시정연설에서는 원론적 수준의 평화만 언급하는 정도에 그쳤다. 반면 올해는 "연결된 국토, 바다, 하늘에서 평화는 남북 모두를 위한 공존의 길"이라며 "사람과 가축 감염병, 재해 재난 극복을 위해 남과 북이 생명·안전공동체로 공존의 길을 찾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생명공동체’는 지난해 6월 남북 대화의 장기 교착 국면을 타개하고자 새로 제시했던 이른바 ‘오슬로 선언’에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코로나를 오히려 남북 관계 돌파구를 여는 매개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 담긴 메시지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