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EU와의 갈등 고조…리라화 사상 최저치

입력 2020-10-28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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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라화 가치, 2017년 말 대비 반 토막
터키, 프랑스 교사 살해 사건 둘러싼 대립 전면에 나서고 있어

▲달러·리라(터키) 환율 추이. 27일(현지시간) 고점 8.2리라. 출처 야후파이낸스
▲달러·리라(터키) 환율 추이. 27일(현지시간) 고점 8.2리라. 출처 야후파이낸스
터키와 유럽연합(EU)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터키 통화인 리라화 가치가 추락하고 있다.

터키 리라화 가치가 27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미국 달러화당 8.2리라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고 미국 CNBC방송이 보도했다.

프랑스에서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 풍자만화를 보여준 교사가 이슬람주의자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된 후 터키가 이슬람권과 프랑스 등 EU 국가들의 대립에 전면적으로 나서면서 시장 불안을 초래했다.

리라화 가치는 올 들어 지금까지 약 20% 떨어졌으며 2017년 말에 비하면 반 토막 났다고 CNBC는 전했다. 2018년 초만 해도 달러·리라 환율은 3.77리라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달러·리라 환율이 8.5리라, 더 나아가 9.0리라까지 치솟는 등 리라화 약세가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전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무슬림과 무슨 문제가 있나? 정신치료가 필요하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또 “이슬람과 무슬림에 대한 적대 정책이 몇몇 유럽 국가에서 많은 지지를 받는 정책이 되고 있다”며 “유럽 지도자들은 진정한 의미의 파시스트이며 나치와 연결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프랑스 제품 불매 운동을 촉구했다.

이에 프랑스 정부가 터키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고 유럽 각국 수장이 일제히 에르도안을 비판하는 등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에르도안은 그밖에도 리비아, 시리아 등에서의 내전, 석유와 천연가스 시추권을 둘러싼 지중해 동부의 긴장, 가장 최근에는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간 교전 등 여러 지정학적 분쟁에 개입하고 있다.

또 터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반대에도 최근 지난해 구입했던 러시아제 방공 미사일 S-400을 시험 발사한 것으로 알려져 미국의 제재를 받을 위기에 놓였다. 미국 국방부는 23일 성명에서 “터키가 16일 S-400 방공 시스템을 시험한 것을 가장 강력하게 비난한다”며 “우리의 입장은 확고하다. S-400을 운용하는 것은 미국과 나토 동맹국에 대한 약속을 어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터키 중앙은행이 22일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도 리라화 가치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블루베이자산운용의 티머시 애쉬 수석 투자전략가는 “터키 중앙은행은 조만간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리라화는 바닥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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