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이해충돌 전수조사] 한국서 경징계받는 '사전정보 악용'…미국ㆍ유럽에서 걸렸다면 '쇠고랑'

입력 2020-10-28 05:00 수정 2020-10-28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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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사례로 본 '이해충돌방지법'

뉴욕시, 이해충돌방지위원회 통해 공적 지위 남용 방지
영국, 행동강령 통해 세부 사항 일일이 규제
프랑스, 사적 이해관계 방지... 캐나다도 사전차단
한국, 관련법 8년째 표류 중…현행제도 실효성 無

6년 전, 건축 허가를 발급한 미국 로스앤젤레스 행정관청의 한 건축검사원이 공사 검사 과정에서 100만 달러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연방 교도소에 수감됐다. 같은 해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는 시장이 자신의 권한을 악용해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체포됐다.

대한민국에서 동일한 사건이 벌어지면 상황은 다르다. 처벌망을 피할 수 있는 구멍이 많다. 이를테면 고위 공직자 B 씨가 A지역 개발 계획 관련 사전 정보를 미리 입수해 가족과 공유하고 땅을 사도록 권유까지 했다고 가정할 경우, 이 같은 사실이 밝혀져도 B 씨는 형사처벌이 아닌 경징계로 끝날 수 있다.

극명하게 드러나는 공직자의 이해충돌 사태를 대하는 양국의 온도차다.

26일 한국법제연구원,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따르면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은 오래전부터 각종 이해충돌 사례를 일일이 규제하도록 세부적 법안을 마련하고 보완해왔다.

미국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특정 직업활동을 못하도록 법으로 막아놨다. 미 연방헌법 204조에 따르면 의원이나 의원 당선자는 연방청구법원이나 연방순회항소법원 등 연방 정부나 산하 기관에서 활동할 수 없다. 의원의 이해관계를 포괄적으로 고려해 이해충돌 상황을 막은 것이다. 위반 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을 물리고 고의성이 있으면 5년 이하 징역 등 강력한 처벌을 받는다.

연방법 제207조에 따르면 상원의원은 임기가 끝난 이후에도 2년 내(하원의원 1년 내) 미 의회 의원, 공무원 등에게 영향력 행사 의도를 가지고 정보를 교환하거나 만나서는 안 된다.

미국 뉴욕시는 공적 지위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기 위한 이해충돌방지위원회(COIB)를 별도로 구성했다. 특히 공직자의 부업이나 외부 업무 활동을 규제해 직무와 관련 이해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유럽도 공직자의 부패를 막기 위해 사전 교육, 처벌은 물론 세부 원칙을 다양하게 마련했다.

독일은 2014년 하원의원 윤리법을 제정해 국회의원직 이외 소득 발생 시 의장에게 문서로 보고함은 물론 홈페이지에 공표토록 했다. 이를 어길 시 상당한 액수의 벌금을 부과한다.

영국은 공무원 행동강령을 통해 공무 수행 중 부당한 이익을 취하면 내부 징계는 물론 몰수와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는 ‘공직자의 투명성과 이해충돌방지법’을 통해 공직자가 취임 후 사적 이해관계를 신고하지 않으면 형벌에 처한다.

스웨덴도 ‘의원 윤리법’을 마련해 의원, 배우자 등 가족들과 관련된 의제를 심의할 경우 해당 의원은 본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캐나다 역시 이해충돌방지법이 2007년 7월부터 시행됐다. 공직자는 주변 이해관계인의 사익 증진을 위해 자신의 권한을 함부로 남용할 수 없다. 호주나 일본, 싱가포르 역시 고위 공무원의 사적 이익을 제한하기 위한 처벌규정이 마련된 상태다.

반면, 한국은 이해충돌 방지 장치가 탄탄하지 않다. 주식백지신탁제도와 같은 규정이 마련돼 있지만 끊임없는 위반 사례를 막을 만한 처벌망이 허술하다. 2013년 이른바 김영란법과 이해충돌방지법이 함께 추진됐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빠졌다. 이후 19대,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결국 폐기됐으며 8년째 표류 중이다.

21대 국회 들어서는 박 의원 사태로 이해충돌 방지법이 통과돼야 한다는 주장이 그 어느때보다 힘을 받고 있다.

조창훈 한림국제대학원 교수는 “통과 가능성은 아직 잘 모르겠다”면서도 “(관련 사례가) 이슈화되면 민주당 입장에선 오히려 정공법을 택할 것이며, 국회가 책임 의식을 갖고 추진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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