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모든 유형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이 90%까지 높아질 전망이어서 주택 보유자들의 세 부담은 크게 불어날 수밖에 없게 됐다. 이에 따라 흉흉해진 부동산 민심 달래기용으로 정부가 1주택자를 위해 재산세를 내리고,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감면 카드도 함께 꺼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토연구원이 27일 발표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 내용을 보면 정부는 내년부터 부동산 공시가격을 시세의 90%로 끌어올리는 현실화 로드맵에 돌입한다.
여기에는 공동주택과 단독주택, 토지 등 모든 유형의 부동산이 포함된다. 6억~9억 원짜리 공동주택의 경우 현재 현실화율은 67.1%다. 이를 2030년까지 90%로 맞추려면 매년 약 2.3%포인트씩 올려야 한다. 상대적으로 낮은 저가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의 공시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이에 정부는 서민들의 세 부담이 커지지 않도록 오는 2023년까지 9억 원 미만 주택의 급격한 공시가격 상승이 없도록 속도를 조절할 계획이다. 올해 68.1%인 현실화율은 내년과 후년에 각각 68.7%, 69.4%로 끌어올리고, 내후년엔 70%에 도달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당정은 공시가격 현실화로 재산세 부담이 매년 가중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을 감안해 1주택자의 재산세율을 낮추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이 경우 중소형 1주택을 보유한 실수요자의 부담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기준은 6억 원 이하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수도권 집값 상승을 감안하면 9억 원 미만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제는 공시가격이 재산세 뿐만 아니라 종부세, 증여세, 상속세, 건강보험료 등 다른 세금을 매기는 기준이 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공시가격이 올라가면 실수요자들의 가계 부담 가중은 불가피하다. 특히 공시가격을 올리면 집값이 오르지 않아도 세금이 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감면 카드를 꺼낼 가능성에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3년간 20번 넘게 대책을 쏟아냈는데도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데다 최근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ㆍ전월세 상한제) 시행으로 전세시장마저 불안해져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이 곳곳에서 끓고 있어서다. 조세 저항 여론을 다독이기 위해 감면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현 정부 들어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이 치솟았는데 정부가 공시가격을 급격히 끌어올려 실수요자까지 선량한 피해자가 됐다는 말이 많다"며 "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급격히 위축된 상황에서 규제 강공으로 세금 부담을 더 키워놔 조세 저항 움직임은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주택자의 종부세 감면을 추진하되 전면적 감면이 아닌 일정 금액 이하 수준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다만 종부세 감면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여전하다. 최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장기 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감면 검토와 관련해 "1가구 1주택 장기 보유자에 대해 세금 80%를 깎아주기로 했다"면서 "많은 혜택을 드렸다"고 선을 그었다.
서정렬 영남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치적인 목적이든 세 부담 완화 차원이든 감면 필요성이 있지만 당정 합의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