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대형 보험사들 줄줄이 몸집 줄이기 나서...AIG, 생보·연금보험 사업 떼낸다

입력 2020-10-27 14:43 수정 2020-10-2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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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재난보험 부문 실적 부진ㆍ저금리 기조로 수익성 악화

저금리 환경과 코로나19로 떨어진 채권 수익률 여파
행동주의 주주들, 4년간 분리 요구

미국 대형 보험사 AIG가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생명보험과 연금보험 사업을 그룹에서 분리하기로 한 것이다. 행동주의 주주들의 요구가 계속된 탓도 있지만,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결정적이었다. 앞서 프랑스 악사보험이 생명보험 사업을 분리했고 영국 푸르덴셜 역시 사업 분리를 추진하는 등 글로벌 대형 보험사들의 지배구조 개편이 잇따르고 있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AIG는 이날 생명보험과 연금보험 사업을 그룹에서 분리하는 계획과 함께 내년 3월 1일 자로 피터 자피노를 최고경영자(CEO)로 승격하는 인사를 발표했다.

AIG는 생명보험과 연금보험 사업 분리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2개의 독립 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설명했다.

분리하기로 한 생명보험과 연금보험은 작년 AIG의 매출에서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핵심 사업이다. AIG에 따르면 2019년 조정 후 매출은 490억 달러였으며, 이 가운데 생명보험과 연금보험 비율은 34%, 손해보험 사업은 64%였다. AIG는 2017년 취임한 브라이언 듀퍼로 현 CEO 하에서 보험계약 사업 강화와 IT(정보·기술) 투자, 인력 강화, 비용 절감 등에 주력했고, 자피노는 듀퍼로의 이러한 노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이번에 사업 분리를 결정한 건 지난 4년간 행동주의 주주들로부터 기업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꾸준히 압박을 받아온 영향이 컸다. 그 중심엔 헤지펀드 매니저이자 2015년부터 2017년 지분 참여를 통해 이사회에 참여한 칼 아이칸과 존 폴슨이 있었다. 이들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사업 규모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생명보험ㆍ연금보험 사업은 그룹 실적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지난 10년간 저금리 환경이 지속된 데다 올해 들어선 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국채 수익률마저 급락하면서 실적 부진 압박도 커졌다. 사업 분리 후에는 매출의 64%를 차지하던 일반 보험과 재보험 등 기타 사업이 남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험사들이 수익의 상당 부분을 채권 이자수입에 의존해온 만큼, 현재의 저금리 기조가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이미 초저금리로 인해 향후 몇 년간 생명보험사들이 위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계속되는 손실도 부담이다. 다음 주 실적발표를 앞둔 AIG는 3분기 재난손실이 7억9000만 달러로 추산되는데, 이 중에 코로나19로 지출된 비용만 1억8500만 달러라고 밝혔다.

앞서 2008년 금융위기 때에도 AIG는 대규모 파생상품 손실로 큰 위기가 있었지만, 당시엔 미국 정부로부터 1850억 달러를 지원받아 구사일생했다.

듀퍼로 CEO는 이날 성명을 통해 “(사업 분리로) 단순해지는 기업 지배구조가 주주가치를 높이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자피노 CEO 내정자 역시 “분리된 조직들은 각각 적절하고 지속 가능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정규 거래에서 3.46% 하락 마감한 AIG의 주가는 사업 분리 소식이 전해지자 시간 외 거래에서 6.62% 급등했다.

시장의 우려 속에 다른 보험사들도 지배구조 작업이 한창이다. AIG에 앞서 영국 푸르덴셜 역시 행동주의 주주인 대니얼 로브의 압박에 생명보험 사업 분리를 추진 중이다. 2018년엔 프랑스 악사보험이 생명보험 사업을 분리했다. 당시 악사는 IPO를 선택해 에퀴터블홀딩스라는 이름으로 분할 상장했다. 아직 분리 작업을 마치지 않은 AIG와 푸르덴셜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각각 39%, 29%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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