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청장은 25일 이투데이와 만나 “현 조달행정의 핵심은 혁신조달”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정 청장은 기획예산처(현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예산, 재정, 물가, 관세 등의 경제정책 실무를 두루 경험했다. 기재부 대변인도 지내 언론과의 관계도 원만하다. 정 청장은 조달청이 그동안 주 업무가 계약체결이고 사후평가 단계로 감사가 있다 보니 소극적이고 폐쇄적인 면이 있었다며 적극적으로 치고 나가는 기재부 분위기와 많이 다르다고 느꼈다.
정 청장은 조달청 70년 역사에서 지금은 조달 역할 기능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게 필요하다며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기능을 위해 혁신조달을 들고 나왔다. 그는 “그동안 조달청은 1년에 135조 원 규모의 계약을 담당하는데 단순히 플랫폼 역할에 머무르고 같은 돈을 쓰면서도 간접적인 산업 지원 역할에 그쳤다”고 말했다.
한국판 뉴딜과 혁신조달을 어떻게 연계할 것이냐를 미션으로 놓고 고민이 많았다. 뉴딜 추진 과정에서 새로운 제품이나 소프트웨어가 개발될 경우 조달시장에 흡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달청은 혁신제품의 문턱을 크게 낮췄다. 특히 올해 본예산과 3차 추가경정예산 등 모두 300억 원 규모로 혁신시제품 구매사업을 시작했다. 조달청 역사에서 사실상 사업다운 첫 사업이다.
조달청은 혁신지정제품을 400개(혁신시제품 250개 + 우수연구개발제품 150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혁신시제품은 현재까지 162개 제품이 지정됐으며 약 215억 원이 구매되는 등 성과를 거뒀다. 공공조달 물품구매액 1%를 할당해 연간 4100억 원 상당의 구매 효과를 유발하는 공공기관 혁신제품 구매목표비율제를 도입했다.
조달청의 자랑은 벤처나라와 혁신장터, 나라장터다. 2016년 구축한 벤처나라는 초기 창업벤처기업의 조달시장 진입 창구 역할이다. 여기서 성공하면 나라장터로 간다. 올해 9월 말 기준 1511개사 1만여 개의 상품이 등록돼 있고, 판매 규모가 1164억 원에 이른다. 29개사는 해외조달시장 진출 유망기업(G-PASS기업)으로 지정돼 180만 달러의 수출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혁신장터는 위에서 설명한 혁신제품들이 주로 활동하는 곳이다. 나라장터는 2002년 개통 이후 5만7000개 수요기관과 43만 조달기업이 사용하고 연간 거래 규모만 103조 원에 달하는 조달청의 핵심이다. 조달청은 2023년까지 1320억 원을 투입해 차세대 나라장터를 구축하고 있다.
정 청장은 “아마존, 쿠팡 같은 국내외 유수 민간쇼핑몰과 필적한 수준의 전자조달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변화에 대비해 모든 조달업무를 비대면과 종이서류 없이 처리할 수 있는 혁신적인 시스템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정 청장은 “조달사업법 개정으로 나라장터가 개통한 매년 9월 30일을 조달인의 날로 지정했고 올해 첫 행사였는데 코로나19로 내년으로 연기했다”며 “조달 가족이 모두 모여서 성대하게 치르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