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주 피닉스의 리오살라도칼리지가 운영하는 라디오 방송국 KJZZ는 멜리컨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쇼핑이 골판지 상자를 인기 상품으로 만들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물건이 골판지 상자에 싸여 집으로 배송된다”고 전했다.
골판지 상자 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아니더라도 온라인 쇼핑 증가에 따라 급성장하던 분야였다. 지난해 기준 3조5000억 달러(약 3967조9500억 원) 규모에 달한 전자상거래 산업은 △온라인 쇼핑 포털의 할인 행사 △스마트폰 보급과 모바일 사용 증가 △배송 생태계의 급속한 발전 덕분에 계속해서 확대돼왔다.
이 전방 산업의 성장세에 힘입어 배송에 사용되는 골판지 상자 시장도 호조를 보였다. 인도의 시장분석업체인 P&S인텔리전스는 전 세계 골판지 상자 시장은 지난해 1809억 달러에서 2030년 2846억 달러로 연평균 4.3%씩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판지 상자 시장 조사 보고서(Corrugated Boxes Market Research Report)에 따르면 골판지 상자 수요는 식품의 신선도와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가공식품업체 사이에서 상당히 높은 수요를 유지해왔다. 골판지 상자가 가공식품이 제조사에서 소매업체나 사용자에게로 운송되는 동안 안전성과 신선도를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지역적으로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의 수요가 가장 많으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환경과 지속 가능한 포장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전자 제품 및 개인관리 제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재료의 용이성과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개발을 지원하는 정부의 이니셔티브 증가는 1·2차 포장재에 골판지를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인터넷 및 전자상거래 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국가도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보급률을 높이면서 관련 산업은 곳곳에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식품·위생 관련 제품·의료용품 등 필수 품목의 수요 증가는 물론, 세계적인 공중 보건 위기 속에서 집에 물건을 비축하려는 사람들의 불안 심리도 택배 및 골판지 상자 수요 확대에 한몫했다.
미국 미시간주에 사는 한 여성은 팬데믹 동안 외부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한다. 매장 쇼핑 대신 온라인 쇼핑을 더 많이 했다는 의미다. 그는 “전염병이 시작되고 모두가 물건을 비축하면서 개 사료를 구할 수 있을지 불안해 온라인에서 주문했다”며 “평소보다 약 30% 더 많은 개 사료를 샀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는 커다란 상자들을 가득 실은 트럭을 타고 그의 집으로 배송됐다.
이러한 골판지 상자 산업의 성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 미국 등지에서는 최근까지도 코로나19가 재차 맹위를 떨치고 있는 데다 치료제나 백신의 개발 또한 요원해서다. 만약 조기에 백신이 등장하더라도 세계적인 수요를 충족시키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는 사람들의 ‘집콕 온라인 쇼핑’ 수요가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 년 동안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온라인 유통 공룡들은 이미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배송 관련 인프라 및 인력 확충에 나섰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닷컴은 지난달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10만 명의 물류 및 배송 관리 인력을 추가 채용한다고 발표했다. 아마존은 올해 들어서만 네 차례의 대규모 공개채용을 단행했다. 75개 시설을 이미 개소한 데 이어 9월에만 물류센터·배송 기지·분류 센터 등 100곳의 영업 시설을 새로 연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