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 시 11조 원에 달하는 주식 매물이 쏟아질 수 있어 시장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경련은 22일 정부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규제 대상에 새롭게 포함될 수 있는 56개 상장사를 분석한 결과 이 회사들이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팔아야 하는 지분 가치는 10조8000억 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분석 대상에 포함된 회사 시가총액의 9.1%에 달한다.
개정안은 △총수일가가 지분을 20~30% 보유한 상장사 △규제 대상 회사가 지분을 50%를 초과 보유한 자회사를 신규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총수일가가 상장사 지분을 20% 미만으로 낮추거나, 규제 대상인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50% 이하로 낮추면 규제를 피할 수 있다.
전경련은 규제 대상으로 신규 포함된 기업이 지분을 일시에 매각할 경우 주가 변동과 그에 따른 소액 주주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A사의 경우 지분을 자사 시가총액의 25.0%만큼 처분해야 하고, 이 때 매각 주식의 가치는 3조 원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글로비스는 2013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일감몰아주기 대상이 된 후 2015년 1월 13일 총수일가 지분 매각을 시도한 바 있는데 이날 주가는 30만 원에서 25만5000원으로 15% 급락했다.
전경련은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에 앞서 계열사간 거래가 보안 유지 등을 위해 필수적인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6개 상장사의 2016~2018년 전체 매출에서 계열사 간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8.7%에 불과하고 대다수의 거래는 비계열사 간에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기업들은 제품의 효율적 생산·판매, 안정적 공급선 확보, 보안 유지 등을 위해 필수적인 경우에 한해 계열사 간 거래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경련은 “이처럼 경영상 필요에 의한 계열사 간 거래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또한 개정안 시행 이후 1년(규제 유예기간) 안에 거래선을 바꾸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삼성생명의 보험금 지급액 산정을 위해 꼭 필요한 절차인 손해사정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삼성생명서비스손해사정을 사례로 들며 “보험회사들은 업무의 효율성·전문성 제고를 위해 이를 자회사에 위탁하고 있다”며 “위탁이 제한될 경우 보험사의 비용 증가와 보험료 상승으로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고, 금융위원회에서도 이러한 이유로 자회사에 대한 손해사정 업무 위탁을 일감몰아주기라고 비판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계열사 간 거래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더 이상 줄이기 어렵다”면서 “규제 강화시 기업들은 지분을 매각해 규제 대상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며, 그로 인한 피해는 소액주주에게 돌아갈 것이다.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필요성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