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은행원들은 무엇을 하지?’ 하는 생각이 든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많은 업무가 자동화되고 비대면 영업이 확대되면서 손으로 하던 일들을 기계가 대신한다. 창구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줄어들면서 점포를 유지할 필요가 없는 은행들은 영업점을 통합하거나 폐쇄하고 있다. 이전에는 은행들이 비싼 임대료를 내더라도 사람들의 눈에 잘 띄는 위치에 영업점을 만들려고 서로 경쟁하였지만, 이제는 1층에 자동화 창구만 놓고 2, 3층으로 이전하는 경우도 종종 본다.
은행 입장에서는 많은 영업 창구와 인력이 필요 없어 직원과 점포의 수를 축소하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내은행들이 운영하는 영업점 수가 최근 5년 동안 700개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점이 줄어드니 직원 수는 말할 것도 없다. 그 감축의 속도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은행은 주식이 상장되어 시장에서 거래되는 회사이다. 기업은 이익을 창출하여 주주의 가치를 최대화하는 것이 목표이다. 실적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는 경영진은 교체된다. 경제 논리에 따라서 경영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다른 산업보다 더 강도 높은 감독을 수행한다. 디지털 경쟁이 심화되고 코로나19와 같은 사회변화로 급속한 비대면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점포망의 축소와 그에 따른 인력의 구조조정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직장을 떠나는 사람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직장을 잃는 은행원들은 재취업의 기회를 얻기가 힘들다. 또한 고령자 장애인 등과 같이 인터넷이나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적응이 쉽지 않은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접근성이 악화되어 이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입하고 비대면의 경제활동이 확대되는 사회에서 이러한 문제는 은행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은행은 다른 기업보다 특별히 공공성이 강한 조직이다. 은행은 수익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인 동시에 공공성을 지닌 기관이다. 그래서 설립할 때에도 엄격한 인허가 과정을 통하여 진입장벽을 만들어 주고 철저하게 검증한다. 금융위기로 은행이 어려울 때에는 국민의 세금이나 구조조정기금을 투입하여 지원해 주기도 한다. 금융회사인 은행을 많은 사람들이 금융기관으로 부르는 이유이다.
금융감독당국은 은행 지점의 폐쇄절차 모범규준을 만들고, 은행연합회도 포용적 금융 차원에서 적정 수의 점포가 유지될 수 있도록 ‘점포 폐쇄 공동절차’를 마련하였다. 이러한 조치들을 은행에 대해 무작정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윤 창출이 최우선인 금융회사에게 고용 유지와 디지털 취약계층 보호를 강제로 규제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은행의 선택이다. 핀테크와 비대면 거래의 확장은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사회적인 현상이다. 은행은 이러한 새로운 변화 속에서 어떻게 자리매김을 할 것인가를 정하여야 한다. 핀테크의 발전과 더불어 심화되고 있는 산업 내에서의 경쟁구조에서 살아남고, 적정한 수익을 창출하면서 공공성이 강한 기업으로서 사회적인 책임을 수행하는 것은 은행이 감당해야 할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