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에 기술력까지 앞세워 중국 중심 공급망 구축에 박차
중국 기업이 글로벌 전기차 부품 공급망을 장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전기차 배터리 업계 1위를 한국 기업인 LG화학이 쥐고 있는 상황에서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릴 수 있지만, 배터리뿐만 아니라 각종 부품 업계에서 중국 기업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1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100% 중국산 테슬라 ‘모델3’가 나올 수 있다”며 중국 부품 제조 기업의 성장에 주목했다.
테슬라는 이미 전기차 배터리 공급 업체로 중국의 CATL을 선택했다. CATL은 코발트 없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테슬라 ‘모델3’에 공급하고 있다. 일본 파나소닉과 한국의 LG화학도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지만, CATL은 한국 현대자동차와 독일 다임러 등 전 세계 자동차 제조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세력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쑤저우의 이노밴스테크놀로지는 테슬라에 모터를 공급할 가능성이 크다. 이노밴스는 웨이마자동차와 리샹자동차 등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다. 아직 테슬라에 모터를 공급할 계획이 나오진 않았지만, 만약 계약이 체결된다면 이를 바탕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충분하다.
모터와 배터리뿐만 아니라 전기차용 열 제어 부품도 중국 기업이 정복할 여지가 있다. 부품 제조업체 싼화그룹의 상장사 저장싼화는 독일 폭스바겐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테슬라 등에 열 제어 부품을 납품한다. 전기자동차용 전자 부품을 생산하는 훙파그룹도 테슬라와 폭스바겐, 다임러와 거래 계약을 맺었다.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를 고객으로 삼은 중국 부품 업체가 점차 늘고 있는 것이다.
중국산 부품의 장점이 저렴한 가격뿐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인식이다. 테슬라는 배터리 공급 업체로 CATL을 선택한 이유를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CATL이 배터리 업계에서 기술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고, 독일 자동차 업계 관계자 역시 “전기차 부품 조달에서 중국 기업의 공급이 필수가 됐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당초 미국과 유럽, 일본 기업에 맞서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점차 중국 기업 중심의 공급망 구축으로 초점을 옮겼다. 여기에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에 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의한 국제 물류 이동의 정체가 영향을 미쳤다.
시진핑 지도부가 7월에 내놓은 ‘쌍순환’ 경제 정책 역시 공급망 강화를 이끈 배경 중 하나다. 쌍순환이란 내수 시장과 대외 경제를 모두 활성화하는 경제 정책으로, 국내 공급망 강화로 경제 선순환을 구축한 후 대외 경제 성장에 이바지하겠다는 목표다. 중국 자동차산업 협회의 정례 회의 명칭이 ‘공급망 대회’로 바뀐 것은 중국 정부의 전략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샤오펑모터스의 브라이언 구 부회장은 “전기차를 만드는 데 있어 중국 기업으로부터 모든 부품을 공급받아도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닛케이는 “‘중국 공급업체가 전 세계 전기차 업계의 모든 부품을 댈 날이 머지않았다’는 말도 나왔다”며 “100% 중국산 부품으로 만든 테슬라 자동차가 현실성을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