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C쇼크’를 탈출하기 위한 방법으로 ‘인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기업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 이후 새롭게 재편될 산업 지형에 대비하기 위해 ‘쇄신’에 중점을 둘지,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 ‘안정’에 치중할지 패(牌)를 신중히 고르고 있다.
코로나19 위기에 최근 선제적으로 강력한 인적 쇄신을 단행한 곳은 한화, 신세계, 롯데 등이다.
한화는 대내외적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가운데 내년도 사업전략의 선제적 수립, 조직 안정화 등을 도모하기 위해 10개 계열사의 대표이사 인사를 조기 실시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40대’와 ‘여성’ 최고경영자(CEO)를 발탁하며 변화와 혁신의 속도를 높였다. 한화그룹 최고경영자(CEO)의 평균 연령은 기존 58.1세에서 55.7세로 2세 이상 젊어졌다.
특히 김승연 한화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사진> 한화솔루션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전략부문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최근 유망한 시장으로 떠오르는 태양광, 수소 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전문성과 전략 실행력에 강점을 지닌 김 사장을 선임했다는 설명이다.
신세계그룹 역시 이례적으로 조기 인사를 단행해 코로나발(發) 경영 악화의 고리를 끊겠단 의지를 강력히 표명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달 정기 임원 인사에서 계열사 대표이사를 6명이나 교체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비대면(언택트) 시장 확대에 신세계그룹은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를 SSG닷컴 대표이사까지 겸임하도록 조치했다. 온라인 역량을 강화하고 오프라인과의 시너지 창출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신세계는 전체적인 임원 수를 축소하면서 젊고 실력 있는 인재를 과감히 기용하며 미래를 준비했다.
롯데그룹은 정기 인사는 아직이지만 '2인자'로 불리는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전격 퇴진한 8월 롯데지주와 롯데물산, 롯데하이마트 등 일부 계열사 대표들이 교체됐다. 인적 쇄신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에 발맞춰 새판짜기에 나선 것이다.
특히 롯데쇼핑은 지난 19일 헤드쿼터(HQ·본부) 기획전략본부장(상무)에 정경운 동아ST 경영기획실장을 선임했다. 롯데쇼핑 총괄 임원에 외부 출신 인사를 선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력한 인적 쇄신을 단행한 그룹도 있지만, 코로나19 위기를 직면한 일부 기업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안정'을 택하기도 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4월 조원태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대한항공은 올해 승진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021년도 정기인사를 앞둔 삼성, 현대차, SK 등 다른 그룹들은 '미래 먹거리'와 '신상필벌', '안정' 사이에서 균형을 맞춘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리더의 판단이 코로나19 종식 후 기업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만큼 산업의 흐름을 기민하게 읽을 수 있는 CEO와 임원을 자리에 앉히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이에 오너가를 비롯하여 그룹 수뇌부들이 인사를 앞당기거나 늦추더라도 판단력 있는 인재를 발탁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너무 파격적인 인사는 조직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는 만큼 혁신과 안정 사이의 균형을 맞춘 인사가 발표될 것으로 예측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