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자녀 입시비리 의혹 등으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서 딸 조모 씨의 동양대 표창장을 직접 만들어 출력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표창장 위조는 어려운 일이라는 정 교수 측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재판장 임정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 교수의 속행 공판에서 서증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정 교수 딸의 ‘허위 경력’을 두 영역으로 분류했다. 이른바 ‘부모찬스’는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동양대 보조연구원 허위 경력 △서울대 인턴 허위 경력을 꼽았다. 더불어 ‘지인찬스’는 △KIST 인턴 허위 경력 △공주대 인턴 허위 경력 △단국대 인턴 허위 경력 △부산 호텔 인턴 허위 경력으로 나눴다.
검찰은 이날 오전 '부모찬스'에 해당하는 동양대 표창장 위조 작업을 시연했다. 앞서 재판부가 "정 교수가 만들었다는 방식대로 표창장을 제작하는 것을 보여 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정 교수 측은 검찰의 주장대로 표창장을 만들어내려면 포토샵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이미지 보정 거쳐야 하는데 컴맹인 정 교수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해 왔다.
검찰은 시연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워드 프로그램으로 표창장 제작 과정을 직접 보여줬다. MS워드 파일로 저장된 아들의 상장에서 동양대 총장 직인 부분을 캡처하고 이를 딸 표창장 문서 하단에 붙였다.
이어 직접 가져온 프린터와 동양대 상장 용지로 제작한 표창장을 출력한 뒤 "30초도 걸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피고인 측은 전문 이미지 프로그램을 써야 한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했지만, 실제로는 정 교수가 30년 이상 사용해 온 MS워드 프로그램 하나만으로도 뽑아내는 게 가능하다"며 "당시 동양대 어학교육원에서는 정 교수만 MS워드를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의 '작명'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검찰이 정 교수가 동양대 표창장이나 영어 영재교육원 봉사활동 확인서 등을 위조했다며 2013년 6월 22일을 '위조 데이'라고 부르자 정 교수 측 김칠준 변호사는 "'강남 빌딩'처럼 신문에 쓰일 만한 말을 만든 것'이라며 비판했다.
재판부는 이날 검찰 측 서증조사를 마치고 29일 정 교수 측 서증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심리는 다음 달 5일 마무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