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반도체’로 주목받던 전기자동차(EV) 배터리 산업이 최근 잇달아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로 발목이 잡혔다.
화재의 주된 원인으로 배터리가 지목되면 산업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는 만큼, 배터리 업계는 책임 소재를 두고 완성차 업계와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너럴 모터스(GM) 쉐보레 볼트, 포드 쿠가 PHEV, 현대자동차 코나 등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배터리 업계는 화재 원인을 규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LG화학, 삼성SDI 등 국내 전지 기업들은 대부분의 글로벌 완성차 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있어 이번 화재의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대부분의 화재 사고가 배터리에서 발화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업계는 화재 원인으로 배터리가 지목되는 상황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배터리에 문제가 있으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겠지만, 일부 완성차의 전기차에서만 화재가 발생했고 리콜 자체도 ‘BMS(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 등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 국한된 것을 보면 배터리 자체의 문제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선 완성차에서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무리하게 BMS 설정값을 늘리면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가 문제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원인 조사를 해봐야겠지만 배터리의 자체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계 역시 자체 결함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리콜을 결정한 현대차 역시 BMS 업데이트로 충전량을 제한하면서 자체 결함 대신 배터리 셀의 문제에 무게를 뒀다.
이처럼 배터리ㆍ완성차 업계가 화재의 책임에 대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상황이어서 정확한 원인 규명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또 다른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개화되는 단계여서 화재의 원인이 어느 쪽으로 지목되느냐에 따라 타격이 있을 것”이라며 “섣부른 원인 규명은 보상의 문제를 넘어 시장의 주도권을 잃을 수 있는 문제라 민감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