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이 93%…가치 하락 손상 여부가 회수 관건
하나은행과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을 상대로 신청해 인용된 가압류 자산의 90% 이상이 채권 형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채권의 손상 여부가 피해 금액 회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13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펀드 수탁사인 하나은행과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이 지난달 말까지 옵티머스 관계사 등에 가압류한 자산 1500억여 원 중 약 93%인 1400억 원 이상이 채권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 가압류된 자산은 부동산(78억5000만 원), 주식(13억 원), 공탁금(2억 원) 등으로 나타났다.
가압류가 인용됐다고 자산 회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가압류는 단순히 자산의 처분만을 막는 조치로 자산 자체가 가치 하락 등으로 손상됐다면 회수가 불가능해진다.
압류가액이 가장 큰 트러스트올 채권은 제3채무자인 A 사가 참여한 부산 사하구 단독주택개발 투자 사업에 대한 건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A 사는 부동산매매 및 분양대행업 회사로 지난해까지 매출액이 없었다. 총자산 3090억 원, 부채 3751억 원을 보유했다. 특이한 점은 이 회사가 2018년 트러스트올에게 102억 원, 지난해 33억 원을 각각 차입한 상태인데 이자율이 무려 100%로 기재됐다.
100억 원이 넘는 채권 중에는 규모가 영세해 외감법 대상이 아닌 시행사 B 사와 옵티머스가 케이프투자증권에 대해 보유한 채권 등이 있다. 나머지 채권이나 부동산을 보유한 업체는 대부분 비상장 시행회사다. 일부 회사의 경우 13억 원가량이 주식에 투자됐는데, 일부는 아직 발행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하나은행 등은 옵티머스자산운용, 씨피엔에스, 셉틸리언, 대부디케이에이엠씨, 아트리파라다이스, 라피크 등 관계사의 은행 예금에 수십 건의 가압류를 계속 신청 중이다. 다만 일부 은행 예금에 대한 가압류 신청은 사유가 소명되지 않았다며 각하됐고 하나은행이 공탁금을 지금하지 않아 기각된 사례도 있다.
박경수 법무법인 광명 변호사는 "모집한 자금이 건설 시행사에 투자됐다면 사업이 무산될 경우 채권 회수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며 "불법적인 펀딩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한방 투자'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가압류가 하나은행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은 옵티머스의 수탁사기 때문이다. 수탁사란 운용사의 운용지시에 따라 투자자의 돈으로 자산을 매입한다. 구조상 옵티머스 자산의 채권자 위치기 때문에 가압류를 신청할 수 있는 주체가 된다. 가압류를 통해 확보된 자산은 법원의 판결 등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배상금으로 쓰이게 된다.
지금까지 확인된 가압류 신청을 하면서 하나은행과 NH투자증권은 각각 520억 원, 50억 원의 공탁금을 공탁보증보험을 통해 제공했다. 공탁보증보험은 가압류 등 사건에서 잘못된 신청으로 발생하는 피신청인의 손해를 법적으로 보상해 주기 위해 법원에 납부하는 공탁금을 대신하는 보험상품이다.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보전처분 신청 사건에 대해 부동산 10%, 유체동산 80%(원칙적 절반 현금), 예금채권 40%(원칙적 절반 현금), 일반채권 40% 등의 담보 제공을 규정한다.
검찰은 수사팀에 특수부 검사를 대거 충원하기로 하고 옵티머스의 자금 흐름을 쫓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셉틸리언에 500억 원이 흘러간 정황과 해외 비자금 조성을 계획했다는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옵티머스 사태는 ‘펀드 하자 치유’라는 문건에 청와대와 여권 인사들의 실명이 담긴 것으로 알려져 정관계 로비 의혹이 불거졌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이와 관련된 진술을 받아놓고도 조서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나왔다.
전날 윤석열 총장이 옵티머스 수사팀의 대폭 충원을 지시한 것도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옵티머스 수사는 경제범죄형사부 검사 5명이 주도하고, 반부패수사2부(정용환 부장검사) 검사 3명이 돕고 있다. 여기에 4명이 추가 파견되면 검사만 13명이 수사에 참여하게 되는데, 윤 총장의 추가 지시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검찰 관계자는 "(윤 총장 지시에 따라) 수사팀 추가 증원을 적극 건의하겠다"면서도 "옵티머스 관련 문건에 청와대와 정계 인사들의 이름이 적혀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