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기업, 지역 물가 기준으로 급여 산정
코로나19에 실리콘밸리도 이 기준 따르기 시작
고급인재 확보 차질 부작용 생길 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근무 장소에 대한 전통적 개념이 흔들리면서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들이 연봉 삭감이라는 새로운 현실에 직면하게 됐다고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했다.
실리콘밸리는 생활비가 상대적으로 비싸다. 또 IT 기업들은 직원들이 최첨단 원격 도구를 이용해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직원들을 분산시키는 방향으로 미래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직원들이 어디로 이동하느냐에 따라 연봉이 15% 이상 삭감될 수 있다고 WSJ는 내다봤다.
IT 산업 전문 인사 컨설팅업체 프리에이전시의 셰르빈 마샤에키 최고경영자(CEO)는 “원격 근무와 연계된 재배치 등으로 향후 몇 년 동안 엔지니어 전체 연봉 범위가 10~20%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것이 미치는 영향은 매우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로스앤젤레스(LA)의 고객들을 주로 상대하는 마샤에키 CEO는 그의 고객들에게 “비용이 덜 드는 도시로 이사하면 연봉이 삭감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를 상쇄하기 위해 회사와 승진 가능성 등을 협상하라”고 조언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임금 삭감 움직임은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회사들과 높은 연봉을 받는 숙련된 엔지니어들 사이에 새로운 긴장을 조성할 전망이다.
기업들은 “지역 물가 기준으로 급여를 산정하고 있다”며 “연방정부를 포함한 많은 조직에서 주거비나 기타 요인과 관련된 급여 인상이나 인하 결정은 표준적 관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실리콘밸리 회사들은 그동안 이런 표준을 넘어서 인재 확보를 위해 많은 돈을 지출했다. 예를 들어 무료로 풍족하게 호텔 수준의 식사와 간식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공짜 마사지와 요가 교습을 누리는 것은 실리콘밸리 직원들에게 일상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IT 기업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이전의 관행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은 5월에 “앞으로 10년간 재택근무로 인력의 실질적인 재배치가 이뤄질 것”이라며 “직원이 근무하는 위치가 연봉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트위터는 “직원들의 영구적인 재택근무를 허용할 것”이라며 “이에 연봉에 현지 비용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 경쟁력 있는 새 접근을 모색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 마디로 실리콘밸리도 다른 업종이나 조직의 표준을 따르겠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지난주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영구적인 원격 근무를 채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WSJ는 직원이 근무하는 곳에 따라 MS도 연봉이나 기타 혜택을 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직원들이나 일부 인사 컨설턴트, 헤드헌터들은 급여가 위치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는 생각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같은 일을 하는 데 생활비가 저렴한 도시에서 산다고 임금 삭감을 감수하라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논리다.
더 나아가 이런 임금 삭감 움직임이 기업에도 역효과를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비정규직 전문 인력 관리업체 프로언리미티드의 케빈 에커로이드 CEO는 “물가가 싼 도시로 이사하기를 원하는 근로자 임금을 삭감하면 많은 사람이 직장을 그만둘 것”이라고 말했다. 고급인재 확보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가트너의 인적자원 전문 리서치 책임자인 브라이언 크롭은 “일반적으로 급여가 줄어드는 폭보다 생활비를 훨씬 아낄 수 있다”며 “연봉이 10~20% 삭감되더라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은 텍사스주 오스틴이나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샌프란시스코보다 더 호화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직원들이 새 움직임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것은 합리적이기보다는 감정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