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대한항공 소유의 송현동 부지를 일방적으로 공원화하겠다고 발표하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대한항공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서울시가 토지 매입 주체로 밝힌 LH는 “해당 사안에 관해 결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관계 기관과 협의 과정에서 알짜배기 땅을 시세보다 낮게 팔아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전날 오후 열린 도시ㆍ건축공동위원회(이하 도건위)에 상정한 '북촌 지구단위 계획 결정 변경안'을 수정 가결했다.
이 변경안은 송현동 땅의 특별계획구역은 폐지하고 문화공원으로 변경하는 내용이다. 다만 도건위는 부지를 '문화공원'으로의 변경을 확정했지만, 공원 형태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부지는 LH를 통한 제3자 매입 방식을 계획하고 있다고 서울시는 발표했다.
LH가 대한항공으로부터 땅 소유권을 사들이고 대한항공에 대금을 지급한 뒤 서울시가 시 소유의 다른 땅을 송현동 땅과 교환해 LH로부터 넘겨받는 방식이다.
서울시의 발표에 LH는 당혹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해당 사안에 대해 서울시와 논의는 한 바 있지만 공식적으로 합의한 사실이 없기 때문이다.
LH는 전날 해명자료를 통해 “서울시 발표대로 사업을 계획하거나 합의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송현동 부지 소유자인 대한항공도 곤란한 상황 처했다.
송현동 부지를 놓고 대한항공은 올해 초부터 서울시와 갈등을 벌였다. 올해 2월 유동성 확보를 위해 땅을 시장에 내놨지만, 서울시가 5월 이곳을 문화공원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발표 이후 입찰이 이뤄지지 않자 대한항공은 공원화를 막기 위해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 중재를 요청하기도 했다.
권익위의 중재로 서울시는 전날 "공원 결정의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결정 고시는 권익위 조정이 완료되는 시점까지 유보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LH가 서울시의 발표대로 부지를 매입한다면 송현동 부지의 공원화는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땅에 대한 가격은 서울시와 대한항공, LH 간의 협의로 재산정돼야 한다.
그런데 서울시는 이전에 해당 부지를 수용할 경우 보상금액을 4670억 원으로 산정한 바 있다.
문제는 3자 간 협의 과정에서 가격이 4670억 원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최소 5000억 원이 넘는 송현동 부지 시세와 동떨어진 가격이다.
서울시의 공원화 발표에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LH가 매입하더라도 공원화를 강행한 서울시 때문에 제대로 된 가격을 받을 수 있을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단 대한항공은 권익위의 조정 결과를 지켜보는 한편 서울시 및 관계기관과도 지속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