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호주, 보건과 경제 균형 잘 잡아”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온라인으로 진행한 최고경영자(CEO) 카운슬에서 게이츠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여된 항체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보급된다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치료를 받는 동안 미국 생명공학 업체 리제네론이 개발한 항체치료제 ‘REGN-COV2’를 투여받았다. 항체치료제는 FDA의 승인을 받지 못했지만, 적절한 치료제가 없는 중증 환자에게 미승인 약물을 투여할 수 있게 하는 ‘동정적 사용’ 방식으로 이용됐다.
게이츠는 코로나19 백신 출시에 대한 낙관론도 내놨다. 그는 “효과적인 백신 출시 덕분에 선진국은 내년 말까지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완전히 사라지는 데까지는 2~3년이 걸릴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 “개발도상국에서 백신이나 치료제 보급은 더욱 오래 걸릴 것”이라며 “빌&멜린다게이츠재단을 비롯한 국제 활동가들이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신 출시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신뢰도가 하락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게이츠는 “미국의 정치인과 기업인이 나서서 백신의 가치와 안전성을 설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빌&멜린다게이츠재단은 나이지리아 북부 아이들이 소아마비 백신을 맞도록 부모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종교 지도자들과 협업하고 있다”고 예를 들었다. 이어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통계가 명확하다면 사람들이 흥미를 갖고 백신 접종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러시아와 중국이 개발한 백신에 대해서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냈다. 게이츠는 “과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러시아와 중국의 백신은 완벽하게 유효하다”면서도 “3상 임상시험이 없으면 백신의 매력을 반감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약업체의 3상 임상이 성공적으로 끝나 낮은 가격에 출시된다면 러시아와 중국의 백신이 다른 나라에서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꼬집었다.
세계 각국 중 어느 곳이 보건과 경제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았느냐는 질문에 게이츠는 “한국과 호주”라며 “이들 국가는 2002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경험해 더 잘 준비돼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 “확산 초기 약간의 정보가 커다란 차이를 만든다”며 “미국은 여전히 2월과 3월의 실수를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신속하게 코로나19 테스트 결과를 받아볼 수 없다”며 “(정부가) 테스트 과정을 제대로 조직하지 않은 것은 슬픈 일”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