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상온 노출로 공급을 중단한 인플루엔자 백신에 대해 품질평가를 시행한 결과, 안전성과 품질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6일 밝혔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인플루엔자 백신 유통조사 및 품질검사 결과 등을 토대로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친 결과, 배송 운송과정에서 노출된 정도와 시간을 고려할 때 백신의 품질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백신 효력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일부 백신에 대해서는 수거조치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질병청과 식약처는 지난달 21일 조달계약업체의 백신 유통과정에서 냉장온도 유지 등 부적절한 사례가 신고됨에 따라 22일부터 예정됐던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일시 중단했다. 문제가 된 백신 물량은 539만 도즈(1도즈=1회분)로 생산상 문제는 없었지만, 일부 물량이 보관온도보다 높은 온도에 노출돼 백신 효능과 직결되는 단백질 함량이 낮아질 수 있었다.
이에 질병청과 식약처는 △백신 유통과정에서 기준온도(2~8℃)가 얼마나 유지됐는지 △배송된 백신은 안전하고 유효한지 △공급된 백신이 어떤 온도에서 얼마나 오래 품질을 유지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조달계약업체인 신성약품과 디엘팜에서 보관 중에는 적정온도가 유지됐으나, 권역별 배분 과정에서 일부 백신이 기준온도보다 높은 온도에 노출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기준온도를 벗어난 운송횟수는 196회, 기준온도를 벗어난 운송시간은 평균 88분이었다. 대부분 기준온도를 벗어난 시간이 3시간 이내였으나, 1톤 차량 1건은 벗어난 시간이 800분이나 됐다.
단 노출된 백신 750도즈를 대상으로 한 검사에서 항원단백질 함량, 발열반응 등 변화는 확인되지 않았다. 1350도즈를 대상으로 한 추가 검사에서도 시험항목 전체에서 적합 결과가 나왔다. 문제 백신을 제외한 올해 생산 백신을 대상으로 한 검사에선 문제 백신의 노출 온도보다 높은 25℃에서 24시간 노출돼도 품질 변화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방역당국은 백신 효력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일부 백신을 수거하기로 했다. 대상 백신은 운송차량 온고기록지상 0℃ 미만에 노출됐던 27만 도즈, 상하차 작업 중 바닥에 적재됐던 물량 17만 도즈와 적정온도 이탈시간이 비정상적으로 길었던 2000도즈, 개별운송돼 온도가 확인되지 않은 3만 도즈 등 약 48만 도즈다. 이 중 0℃ 미만에 노출됐던 백신의 경우, 배송 중 백신이 동결됐다면 효력이 떨어졌을 수 있다.
정 청장은 ”인플루엔자 백신의 유통과정과 접종기관 관리 문제로 국민에 불안과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사업이 더욱 안전하고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개선하며, 접종기관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