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약자가 경제적으로 더 큰 고통을 받는 것이 확인되면서 공정하고 평등한 경제질서 구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 10일 열린 민주항쟁기념식에서 “지속가능하고 보다 평등한 경제는 제도의 민주주의를 넘어 우리가 반드시 성취해야 할 실질적 민주주의”라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현 정부가 추구하는 경제민주주의가 실현되려면 기존의 포용적 성장과 공정경제에 더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평등경제가 달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투데이는 코로나19 사태로 떠오른 공정하고 평등한 경제질서 구현을 위한 해법을 경제전문가들을 통해 모색해봤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우선적으로 모든 경제주체가 일한 만큼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는 공정한 경제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중소기업은 여전히 대기업과의 갑을관계에서 이익의 과실을 제대로 가져가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대기업 이익이 중소 협력사와 공유될 수 있는 동반성장 방안들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또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탈 규제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공정경제 3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가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21대 정기국회에 제출된 공정경제 3법은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 상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으로, 대주주의 사익편취 및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고, 기업 경영에 대한 감시체계를 투명하게 해 기업 가치와 소액주주 권익을 높이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공정한 시장 경쟁 체제 확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 교수는 “공정한 경쟁이 이뤄져야 혁신이 나타나고, 이로 인해 새로운 기업과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는 소득 양극화 해소로도 귀결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의 독점 및 과점을 방지하고, 부당한 공동행위와 불공정거래를 규제하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새롭게 부상한 평등경제와 관련해 김소영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평등경제의 관건은 ‘부의 재분배’인데 여기에 적용받는 사회적 약자의 범위가 현재로선 불분명하다”면서 “평등경제가 이행되려면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정할지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등경제 관점에서 대두되고 있는 ‘전 국민 복지체계’인 기본소득 도입에 대해 김 교수는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보편적 복지제도다. 그간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 시 기존의 일자리가 줄어 서민들의 소비 여력이 약해지고, 자본을 가진 특정 소수가 부를 독점하는 현상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본소득이 거론돼왔다. 이런 가운데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취약계층의 생계 어려움과 소비절벽이 부각되면서 기본소득 의제가 정치권의 논의 화두로 급부상했다.
김 교수는 “현재 정치권이 기본소득 도입을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논의의 쟁점은 수혜자 범위인데 현행 복지제도를 조정하면 재정 부담 없이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주는 보편적 지급이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기본소득 도입은 신중한 논의가 필요한 만큼 일단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 국민 고용보험 가입, 국민취업지원제도 등 사회·고용 안전망 확충이 우선 돼야 한다”고 했다.
성 교수는 기본소득 도입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기본소득 도입 논리로 제기되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실업 우려는 새로운 산업과 부문으로 자원이 원활하게 이동하지 못하는 시장 상황에 있다”면서 “이 문제를 기본소득으로 해결하기보다는 규제 체계를 개편해 새로운 기업과 일자리를 만든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업이 정말 문제라면 일자리가 없는 계층을 대상으로 실업급여로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 효과와 재원 측면에서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공정하고, 평등한 경제 질서 구현을 위해서는 노사가 상생하는 기업문화 조성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교수는 “코로나19와 같은 국난 위기에서 노사가 양보하지 않고 자기 입장만 내세운다면 더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며 “노사가 위기 상황에서 서로 고통을 분담한다면 기업과 일자리를 지키면서 경제적 불평등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