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으로 입원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기에 회복하면 지지율 반전이 일어날 것이란 관측이 고조되고 있다. 이 기대감에 5일(현지시간) 글로벌 증시는 일제히 급등세를 보였다.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 주치의인 숀 콘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의 상태가 나아지고 있다”며 “이르면 5일 퇴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호흡을 하는 데 문제가 없으며 2일 이후 열도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조기 회복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 주요 지수 선물과 아시아증시는 일제히 올랐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깜짝 외출’을 예고하더니 실제로 마스크도 쓰지 않고 입원 중인 월터 리드 군 병원 밖으로 차를 타고 나와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다시 들어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상태가 알려진 것보다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료진이 트럼프에게 코로나19 중증 환자들에게나 권장하는 약물인 ‘덱사메타손’을 사용했다는 이유에서다. 덱사메타손은 6월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의 시험에서 코로나19 중증 환자의 사망률을 상당히 낮추는 것으로 확인돼 주목받았다. 그러나 해당 약물은 인체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코로나19 경증 환자에게는 권하지 않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WHO)도 “효과가 없거나 심지어 해로울 수 있기 때문에 심각하지 않은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사용을 권하지 않는다”며 중증 환자에게만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블룸버그통신은 ‘VIP 증후군’ 가능성도 제기했다. VIP 증후군이란, 의료진이 유명인이나 부유층 환자를 치료할 때 신경 써서 치료한다며 최첨단 치료법을 총동원했다가 오히려 실수가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매력적이지만,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썼다가는 일반적인 치료만도 못한 결과를 낼 수 있어 양날의 검이다. 블룸버그는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회복을 위해 의료진을 더 종용했을 수 있다”고 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조기 회복되면 대선을 코앞에 두고 고전하는 지지율에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투병에 대한 동정표에다 국가위기 의식이 높아져 지지층 결집을 촉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코로나19에 감염됐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도 회복 후 지지율이 높아졌다.
문제는 이것이 트럼프에게도 적용되느냐다. WSJ와 NBC방송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등록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에서 바이든(53%)이 트럼프(39%)를 14%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격차는 지난달 조사 때 집계된 11%포인트 이후 최대다.
다만 백악관이 코로나19의 새로운 핫스팟이 된 이상 막판 유세에 차질은 불가피해 보인다. 트럼프의 1차 TV 토론 준비를 도왔던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전 선임고문, 빌 스테피언 선거대책본부장, 호프 힉스 백악관 보좌관 등 트럼프의 최측근들이 줄줄이 감염됐다. 지난달 26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후보자 지명식이 슈퍼 전파지로 지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