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서울 이태원의 일부 클럽이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은 채 영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태원 클럽이 재차 서울 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태원에 있는 대다수 클럽과 술집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문을 닫았다. 100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클럽들은 8월 중순부터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졌고, 술집과 라운지 바 등은 자체적으로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다만 문을 연 곳들은 마스크 착용 의무화, 출입명부 작성과 함께 '춤추기 금지' 등 방역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3일 새벽 이태원의 소규모 클럽과 라운지 바에서는 '춤판'이 벌어졌다. 적게는 15명, 많게는 40여 명이 모인 곳들에서 코로나19 이전과 다름없는 모습이 포착됐다. A 클럽에선 손님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가까이 붙어 춤을 췄고, 직원들도 제지하지 않았다. B 클럽은 입장객의 발열 상태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용산에 사는 직장인 최모(30) 씨는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난리인데 춤판이 말이 되느냐"고 볼멘소리를 냈다. 그는 "이태원이 또 한 번 '원흉'으로 지목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태원은 이전에도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우려를 낳았다. 5월 초 한 클럽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서울에서만 클럽 방문자와 가족, 지인 등 관련 확진자가 139명 나왔다.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노래방과 돌잔치, 학원 등으로 N차 감염도 이어졌다. 특히 성 소수자 클럽에서 확진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지자 신분 노출을 우려한 방문자들이 진단 검사를 꺼리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태원 클럽은 지역 특성상 외국인들이 많이 찾고 있으나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C 클럽에서 일하는 김모(31) 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상권이 많이 죽어 사업자들도 신중하게 영업을 하고 있다"며 "춤출 수 있도록 내버려 둔 곳도 문제지만 통제되지 않는 외국인들 때문에 속앓이하는 곳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클럽과 라운지를 찾은 방문객 중 상당수는 외국인들이었다. 중국, 필리핀, 중앙아시아 국적의 외국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태원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들이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은 채 춤판을 벌이는 곳에서 내국인이 뒤섞인 셈이다.
D 라운지 바 직원은 "내국인은 대체로 연휴 기간에 지방을 가거나 코로나19 여파로 방문을 잘 하지 않는 것 같다"며 "방문객 절반 이상은 외국인"이라고 귀띔했다.
추석 연휴 단속 인력 부족 등으로 방역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용산구청 관계자는 "5월 이후 사업자들이 서울시와 구청의 권고 사항을 철저히 지키고 있지만 연휴를 틈타 일부에서 위반한 사례가 있는 것 같다"며 "코로나19가 확산하지 않도록 클럽과 술집을 중심으로 점검을 강화하고 방역 수칙 준수 등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