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는 ‘계층사다리’] 노후준비 안 된 직장인…은퇴 20년 5억 이상 있어야

입력 2020-09-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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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 이 모 씨는 소위 말하는 ‘욜로(YOLO)족’이다. 전세대출을 받아 서울 오피스텔을 구했고 실내는 원하는 가구들로 채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기 전까지는 해외여행이 취미였다. 올 초 다녀온 대만 여행이 올해 마지막 여행이 될 줄 몰랐다. 내일보다 현재를 즐기는 인생이 제대로 사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랬던 그도 요새 부쩍 내일이 걱정된다. 코로나19 여파로 직장 상사가 정리해고 당한 것이다. 문득 작년 초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해서 아파트를 샀던 지인의 말이 떠오른다. 대출금 갚는 데 인생을 허비할 것이냐는 질문에 지인은 “월급이 영원할 것 같냐”고 되물었다. 치솟는 서울 아파트 가격을 보며 그는 ‘패닉 바잉’도 못하는 ‘패닉’ 상태가 됐다.

평균 수명 100세 시대가 다가오면서 직장인들의 노후준비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30·40대 직장인 대부분은 노후준비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이 체감하는 퇴직연령은 약 50세. 기대수명이 82세인 한국인은 퇴직 후 20~30년 노후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 6월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30·40대 직장인 2385명을 대상으로 ‘노후준비 현황’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4명 중 3명은 제대로 노후를 준비하지 못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노후준비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잘 하고 있는 편이다’라고 응답한 직장은 25.9%에 불과했던 것이다. 자신의 노후를 생각하면 어떤 기분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37.0%가 ‘암담하고 불안하다’고 응답했다. ‘아직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38.9%였고, ‘희망적이고 긍정적이다’는 응답자는 24.2%에 그쳤다.

성큼 다가올 퇴직 나이를 고려하면 노후 준비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진다. 9월 잡코리아·알바몬이 직장인 5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직장인들이 체감하는 퇴직 연령은 49.7세로 4년 전 조사 때보다 1.2세 낮아졌다. ‘현재 직장에서 법정 정년까지 근무한 직원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있다’고 답한 직장인이 39.4%에 불과했다.

은퇴는 빨라지고 수명은 늘어나는 가운데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선 선제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2017년 기준 노후보장패널조사에 따르면 국내 중고령자들은 의식주 등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 노후생활비로 부부 기준 176만 원, 개인 108만 원을 생각하고 있다. 표준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적정생활비는 부부 243만 원, 개인 154만 원이다. 물가가 연 2%씩 상승한다고 가정하면 20년 후에는 부부 기준 최소 262만 원, 적정 361만 원이다. 현시점에 은퇴해서 연 이자 3%로 자산을 운용할 경우 부부가 20년간 적정 생활을 위해 모아놨어야 할 돈은 5억3000만 원으로 계산된다. 여기서 10년을 더 산다면 필요자금은 7억6000만 원으로 불어난다.

정나라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노동이나 사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생애 총소득에 한계가 있는 만큼, 다가올 초수명시대에 대비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상가나 원룸과 같은 부동산을 보유해 월세를 받는 건물주라면 이런 고민이 필요 없겠지만, 대부분 그 정도의 자산이 없다. 살고 있는 집 한 채, 연금, 그리고 금융자산 등을 활용해 나만의 노후 월급인 평생소득을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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