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석유 부국’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소 전기차를 처음으로 수출했다. 석유 의존도를 줄이려는 중동 지역 국가의 정책에 발맞춰 현대차의 현지 친환경 차 시장 공략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대차는 27일 울산항에서 수소 전기차 ‘넥쏘’ 2대와 수소 전기버스 ‘일렉시티 FCEV’ 2대 등 총 4대를 선적해 사우디아라비아로 수출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날 선적한 ‘넥쏘’와 ‘일렉시티 FCEV’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에너지 화학 기업인 사우디 아람코(Saudi Aramco)로 인도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6월 사우디 아람코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사우디아라비아의 수소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한 바 있다. 이번에 공급되는 ‘넥쏘’와 ‘일렉시티 FCEV’는 향후 현지에서 시범 운행 등 실증 사업에 활용될 예정이다.
특히, 수소 전기버스 ‘일렉시티 FCEV’는 이번이 첫 수출 사례다. 일렉시티 FCEV는 현대차의 연료전지시스템을 얹어 1회 충전으로 약 430㎞를 주행할 수 있다.
현대차는 이번 수출을 계기로 향후 중동 친환경 차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중동 지역 국가는 과도한 석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최근 들어 친환경 차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어 전망은 긍정적이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최대 도시 ‘두바이’가 대표적이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두바이 정부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2030년까지 전체 차량의 10%를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로 바꿀 계획을 발표하고 구체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먼저, 두바이 도로교통청(RTA)은 택시부터 친환경 차로 바꾸기 시작했다. 공공분야의 내연기관차를 우선 교체해 친환경 차 보급을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도 신규 택시 공급 계약에 성공했다. 지난해 12월 현대차는 UAE 최대 규모 택시 업체 ‘카즈 택시(Cars Taxi)’와 RTA 산하 택시 회사 ‘디티씨(DTC)’에 쏘나타(DN8) 하이브리드 1232대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현대차가 두바이에 발주한 역대 최대 규모 물량이다.
현재 두바이에서 영업 중인 택시 중 하이브리드의 비율은 28%인데, 현지 정부는 이를 내년까지 50%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수소 택시 도입을 위한 시험 운영까지도 진행 중이다.
인접한 국가와 달리 석유 매장량이 적은 요르단 정부도 하이브리드 차량 보급에 적극적이다.
요르단 정부는 하이브리드ㆍ전기차의 관세, 판매세, 등록세 등을 절반가량 면제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려 하고 있다. 두바이처럼 공공부문부터 전기차를 도입할 계획이라 국내 업계의 대규모 수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큰 상태다.
현대차가 이번에 수소 전기차를 수출한 사우디아라비아는 단지 친환경 차를 도입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정부가 앞장서 수소 산업을 키우려 하고 있다.
모하메드 빈 살만(Mohammed Bin Salman) 왕세자는 국가개혁 프로젝트 ‘비전 2030’을 통해 석유산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개조하고 있다. 특히, 수소 산업과 자동차 분야에서는 한국과의 협력을 택했다.
지난해 6월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 당시 사우디 아람코는 현대차와 수소 공급, 수소 충전소 확대를 위한 협력을 맺었다. 사우디아라비아 내에 수소 전기차를 도입해 실증 사업을 추진하고, 보급 확대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양사는 새로운 자동차 관련 비즈니스와 미래 차 기술에 대해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현지 자동차 시장이 성장 중이고, 현대차의 시장 점유율이 높은 점 역시 긍정적인 요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인구의 절반이 40대 이하라 신차 구매 수요가 높고, 2018년부터 여성의 운전이 허용됨에 따라 완성차 시장이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승용차 판매는 전년 대비 33.8% 증가했고, 현대차는 시장 점유율 23.4%를 기록하기도 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중동 지역은 자동차 구매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이라며 "정부가 정책적으로 주도하는 친환경 차 도입이 국내 업계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