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피살된 공무원 A씨가 ‘월북’을 시도했다는 국방부의 추정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유족은 ‘사실무근’이라며 반발하고, 국정원은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국방부는 A씨가 월북을 시도했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다.
근거는 크게 네 가지다. 신고 있던 신발(슬리퍼)을 선박에 가지런히 남겨뒀고, 평소 배 위에서 착용하지 않는 구명조끼를 입었다는 것이다. 또, 소형 부유물에 의지해 북측으로 접근했고, 북한군과 최초로 접촉했을 때 월북 의사를 밝혔다는 국방부의 첩보도 있었다.
국방부는 인근 해역의 조류를 잘 알고 평소 채무에 대한 고통을 호소한 것도 정황 증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A씨의 유족들은 “월북할 이유가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A씨의 친형인 이래진 씨는 25일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배에 승선했던 승조원들도 슬리퍼가 동생의 것인지 잘 몰랐다”며 “(동생이) 구명조끼를 입고 뛰어든 것도 보지 못했고 부유물은 살려고 잡을 수도 있다”고 했다.
동생의 채무 관계에 대해서도 “일반 서민 중 빚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빚 있어 월북한다는 것도 용납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26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비공개 면담 후에는 “북한에서 전통문이 왔지만 월북에 관해선 말이 없다”며 “자기들이 방조를 했으면서 역으로 동생을 월북자라고 추정을 해버렸다. 이 부분 관련해서는 군이나 국방부에서 반드시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자꾸 월북으로 몰아간다“며 ”월북이라는 것은 상당히 엄청난 말이고, 월북을 계속 주장한다면 월북 방조가 되는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편 국정원은 이 문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전해철 국회 정보위원장은 25일 정보위에서 국정원의 비공개 현안보고를 받은 이후 “사실관계에 관한 판단을 국정원이 주도적으로 한 게 아니”라면서 “국정원은 월북이다, 아니다를 말하는 것을 굉장히 신중하게 얘기한다”고 밝혔다.
전 위원장은 “정보 자산에 의해 수집된 자산에 의하면 월북으로 보이는 여러 가지에 대해 관계기관 이야기가 있었다”면서도 “국정원이 그것(월북)에 대해 최종적인 판단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