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땐 현금이 최고’ 코로나19에 주요국 화폐수요 평년대비 2~3배 급증

입력 2020-09-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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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1.8배 늘어..예비적 화폐수요에 고액권 중심 비축..한은 화폐수급상황 모니터링

(고이란 기자 photoeran@)
(고이란 기자 photoeran@)
위기땐 역시 현금이 최고라는 속설이 맞아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주요국 화폐수요를 분석한 결과 증가율이 평년대비 2~3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주로 비상시를 대비한 예비적 수요로 고액권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코로나19가 주요국 화폐 수요에 미치는 영향 및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발발한 직후인 올 3월부터 8월까지 8개국 평균 화폐발행증가율을 지난해 같은기간과 견줘 비교한 결과 평균 2.3배 늘었다.

국가별로 보면 뉴질랜드는 3배(2019년 5.9%→2020년 17.7%), 스위스는 2.9배(-2.1%→4.0%), 호주는 2.8배(3.9%→10.8%), 미국은 2.4배(4.8%→11.8%), 중국은 2.6배(3.8%→10.0%)로 2배를 넘겼다. 반면, 일본은 1.1배(3.5%→3.8%)로 가장 낮았고, 유럽(1.7배, 5.2%→8.8%)과 캐나다(1.9배, 4.9%→9.2%)도 상대적으로 증가폭이 작았다. 한국도 1.8배(7.7%→14.2%)에 그쳐 상대적으로 낮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한국은행)
(한국은행)
이는 우선 경제주체들이 안전자산 및 안전결제수단으로 현금을 선호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이전 보다 민간의 거래용 현금 보유가 17%(69달러→81달러) 늘어나는데 그친 반면, 예비용 현금 보유는 88%(257달러→483달러) 급증했다.

코로나19 확산 및 봉쇄 등 조치로 현금 접근성이 제약될 우려가 높아지면서 사전에 현금을 확보하려는 수요도 늘었다. 실제 미국, 캐나다, 러시아 등 국가에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일부 시중은행 지점 및 ATM을 폐쇄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었다.

이밖에도 화폐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에 대비해 금융기관이 현금확보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쳤다. 금융기관들은 봉쇄령으로 인한 화폐현송 중단 등 화폐수급 차질 가능성과 함께 경제활동 축소로 인해 도소매점 등으로부터의 현금 입금 규모 감소 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병창 한은 화폐연구팀장은 “최근 대체지급수단이 발달하면서 화폐가 줄어들 것이라는 말이 많았는데 코로나19 발발 이후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주요국에서도 고액권 중심의 화폐 수요가 증가했다”며 “재난 등 위기 시에는 현금에 대한 신뢰가 비현금지급수단보다 우위에 있음을 시사한다.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Y2K(세기말 밀레니엄버그 우려) 등 불안심리가 생길 때 현금확보 경향이 나타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은도 현금 수요가 크게 증가할 수 있음에 대비해 5만원권 제조 발주량을 늘렸고, 화폐가 적재적소에 공급될 수 있도록 시중 화폐수급 상황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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