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모순 있는데…‘보험료 카드 납부 강제’ 법안 논란

입력 2020-09-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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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법, 카드결제 거부 금지 규정
적금 등 투자상품엔 예외적 허용
저축성 보험 카드 납부 땐 모순

보험료의 카드 납부를 강제하는 법안이 최근 여당 내에서 발의되면서 이러한 문제가 다시 쟁점화할 전망이다. 그러나 해당 법안이 실제로 추진됐을 경우 법률적인 모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사실상 보험업계에 가하는 ‘경고성 법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료 카드 납부’는 업계에서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과제 중 하나다. 표면적으로는 카드업계와 보험업계 간의 수수료 싸움으로 묘사되지만, 보험상품의 본질을 보면 더 복잡한 관계가 얽혀 있다.

보험료 카드 납부를 강제하자는 주장에는 ‘소비자의 선택’을 중시한다. 현재 생명보험사 다수는 수수료 문제 등의 이유로 카드수납을 받지 않고 있다. 실제 상반기 기준으로 카드 납부 비중이 4.5%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생명보험사를 중심으로 나타난다.

지난 14일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의 발의 취지에서 “소비자의 권익 제한”이 명시된 이유다. 이 법은 보험업법에 없는 신용·직불·선불카드에 대한 ‘납부규정’을 신설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에 대한 처벌규정도 적었다.

문제는 보험업법에 따로 납부규정을 적은 것이 다소 이례적이라는 점이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은 카드가맹점이 의도적으로 소비자의 카드 결제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카드 납부를 거절하면 안 된다”라는 논리도 따라서 이 법을 통해 입증된다.

그런데 여신전문금융업법은 2010년 시행령 개정을 통해 카드사의 건전성 저해 등 사회적 문제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신용카드 결제는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예외적인 경우에만 금지하고 있다. 예금, 적금 등이나 금융투자상품 등 일부만 카드 결제가 금지된다. 허용되는 규정에 대해선 따로 법으로 명시하지 않는 이유다.

더 나아가 보험료가 단순히 ‘비용’이냐의 문제도 남아 있다. 특히 생명보험은 만기에 환급금을 지급하지 않는 ‘보장성 보험’과 환급금을 지급하는 ‘저축성 보험’으로 나뉜다. 후자의 상품은 예금이나 적금 차원의 상품으로 일종의 자산적 성격을 띠기에 금융당국에서도 카드 결제를 권고하지 않는다. 따라서 보험업법상 ‘납부규정’을 뭉뚱그려 적으면 저축성 보험도 카드 납부가 되는데, 이때 두 법이 충돌하게 된다.

아울러 만약 보험사가 카드 납부를 거절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려면 이 법 규정에 따라 보험사가 ‘카드가맹점’이냐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카드 납부를 거절했을 때의 처벌규정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정문 의원 안은 여전법을 동시에 수정하는 내용이 없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관련 법 충돌에 대해선) 확인해보지는 않았다”면서도 “발의 취지는 소비자가 현금으로 보험료를 내든, 카드를 하든 선택할 수 있는 문제에 집중했고, 내부 검토를 통해선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세세한 것들은 하위 규정을 통해 작성할 수 있다고 해도 해초에 해당 법안이 심도 있게 검토된 후에 제출되지 않았다”라며 “사실상 보험사에 카드 납부를 강제토록 하는 압박 수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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