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공유 퍼스널 모빌리티(PM) 업체와 손잡고 전동킥보드 무단 방치와 통행 방해 등 문제 해결에 나서면서 '도로 위 흉물'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권한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사각지대가 많아 정부가 나서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지적했다.
서울시는 24일 공유 PM 업체 16곳과 전동킥보드 이용 질서 확립, 이용 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서울시는 전동킥보드가 대중화되면서 제기됐던 주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차 가이드라인를 설정하고, 이용자 기기반납 관리체계를 마련했다. 보험이 없어 사고가 나더라도 보상을 받을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해 공유 PM 업체에 보험상품이 출시되면 의무적으로 가입하라고도 권고했다.
전동킥보드가 이미 하나의 이동 수단으로 자리 잡았지만 관련 규정은 미비한 상황이다. 서울에서만 PM 업체가 16개에 이르고 전국적으로는 약 20개에 달할 만큼 시장은 커졌다. 올 4월 안드로이드 OS 사용자 기준으로 이용자는 21만 명이 넘는다. 이용이 많아지면서 전동킥보드 사고는 2017년 73건에서 2018년 57건으로 줄었다가 2019년에 117건(서울시 소방재난본부)으로 2배 늘었다. 하지만 개인이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이 없는 등 피해자에 대한 보상 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사실상 거리에 방치된 전동킥보드를 규제할 제도적 장치가 없어 보행자들의 불편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전동킥보드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간편히 빌리고 반납할 수 있어 이용이 편리하다는 특징이 있었으나 되레 단점으로 작용했다. 인도 위는 물론 횡단보도 앞, 자동차 주차장 등에 놔둔 이용자가 많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가 많았다.
이에 서울시는 양해각서 체결을 통해 주차 권장 장소를 구분하고 이용자가 기기를 반납할 때 주차상태 촬영을 의무화했다. 국토교통부가 준비 중인 '개인형이동수단법'에 보험가입 의무화가 포함되도록 건의하면서 규정 마련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내년 1월부터는 방치된 전동 킥보드를 견인할 수 있도록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주차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견인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관련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노력이 더 큰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관리시스템 도입과 제도적 보완장치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의 경우 전동킥보드 이용률이 높아지자 구체적인 내용까지 법으로 규정했다. 독일은 안전기준이나 보험은 자동차처럼 규제하고, 싱가포르는 교통사고 발생 시 경중에 따라 벌금형과 징역형을 구형한다. 프랑스는 개인형 이동장치 한 대당 한 명의 주행자만 허용하고 지정 지역 외 인도 주행ㆍ주차는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전동킥보드는 최근 도로교통법 개정에 따라 자전거도로 통행이 허용되고 만 13세 이상 미성년자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용자 범위가 넓어지면서 기존에 없었던 사건ㆍ사고가 발생할 여지도 커졌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퍼스널 모빌리티 총괄관리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관련 부서가 나뉘어 있다 보니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주도해 관련 부서를 모으고 보험 상품 개발이나 운행 규정과 책임 소재 등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