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사철 서울 아파트 전세대란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매물이 씨가 마르고, 신규계약의 경우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가격이 치솟고 있다. 강남과 비강남 지역 가리지 않는다. 특히 전셋값 상승은 단독·다세대·연립주택 등 서민주택과 오피스텔·원룸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9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0.09% 올라 64주 연속 올랐다. 전세대란은 정부·여당이 7월 말 입법을 강행한 계약갱신청구권 도입과 전월세상한제의 파장이다. 세입자가 원하면 2년을 더 거주할 수 있게 했고, 전월세 인상률을 5% 이내로 묶었다.
재계약이 늘면서 교통과 학군 등 입지조건이 좋은 아파트들의 전세매물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서울 전세 거래량은 6월 1만1360건에서 임대차법 시행 이후인 8월 6548건으로 반토막 났다. 주요 아파트 단지에서 매물이 하나도 없는 곳이 수두룩하다. 최대 4년간 전셋값을 올리지 못하게 된 집주인이 신규계약의 경우는 수천만∼수억 원씩 한꺼번에 가격을 높이고 있다. 졸속으로 임대차 3법을 밀어붙이면서 예고된 사태다.
아파트 전세매물이 사라지고 값이 치솟자, 수요가 옮겨져간 단독·다세대·연립의 전셋값도 급등했다. 부동산 플랫폼인 다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서울의 이들 주택 30㎡ 이하는 올 들어 8월까지 16%, 45~60㎡는 7.6% 뛰었다. 비강남권 상승폭이 크다.
그런데도 정부는 전세시장 안정을 주장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3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아파트 매매와 전셋값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개정 임대차법 시행으로 가격을 통제하고 있는 데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진단한다.
홍 부총리는 12월부터 공공재개발 시범사업지를 선정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현재 수십 개 조합이 참여를 타진하는 등 관심이 높다는 것이다. 공공재건축과 관련해서도 인센티브를 규정하는 법 개정안을 곧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공급 확대의 관건인 공공재건축은 벌써 실패 우려가 크다. 시장에 파급효과가 큰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외면하고 있다. 공공재건축으로 용적률이 높아져도 개발이익을 정부가 기부채납으로 환수해 공공임대 및 공공분양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안에 거부감이 크다.
정부 주택 공급계획의 차질도 불가피해 보인다. 이런 식으로 집값과 전셋값을 안정시키기 어렵다. 임대차법이 전세대란을 불러온 부작용부터 가라앉히기 위한 보완대책이 시급하다. 지금 주택 실수요자들까지도 고강도 대출 규제로 집을 살 수 없는 처지다. 이에 따라 전세수요가 폭증하는데 매물조차 없어 가격이 폭등하는 악순환이다. 공공재건축의 명분이 좋아도 재건축조합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실질적 인센티브가 없다면 전혀 실효성을 기대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