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모증후군이 ‘제2의 테슬라’ 허상 만들었다

입력 2020-09-22 17:51 수정 2020-09-2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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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이슈, SPAC·EV·로빈후더 강타…주식시장 거품 걷어내나 -“대중들, 무엇이든 믿는 상태서 아무 것도 믿지 않는 상태로”

▲GM·니콜라 주가 등락률 추이 (단위:%). 출처 WSJ
▲GM·니콜라 주가 등락률 추이 (단위:%). 출처 WSJ
미국 수소·전기차업체 니콜라에 ‘제2의 테슬라’라는 수식어를 붙인 건 결국 ‘포모증후군(FOMO, Fear of Missing Out, 흐름을 놓치거나 소외되는 것에 대한 불안)’이 부른 허상이었다.

전기차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한 니콜라가 돌연 사기 논란에 휩싸여 추락하자 이런 진단들이 줄을 잇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자 칼럼에서 “사기는 대개 거품이 빠진 뒤에 드러난다”며 “호황기에 감춰져 있던 실체가 불황 때에야 비로소 밝혀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2001년 엔론 사태, 2002년 월드컴 스캔들, 2008년 버나드 메이도프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 사기) 등을 예로 들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썰물이 돼야 누가 발가벗은 채 수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는 격언을 남겼다.

세계 증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예상을 깨고 엄청난 약진을 보였다. 투자자들은 코로나19라는 불확실성 속에서 ◇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전기차(EV)라는 키워드만 들어가면 무작정 달려들었다.

이 중심에는 로빈후더(미국 개인투자자)들이 있었다. 주식 투자 경험이 부족한 로빈후더들은 기업공개(IPO)와 그에 수반하는 기업실사(Due Diligence) 등의 과정을 기다리지 않고 홀린 듯 자금을 쏟아부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몸값이 수십억 달러로 평가되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에겐 이런 눈 먼 돈이 절실했고, SPAC은 여기에 안성맞춤인 수단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시장에 파란을 일으킨 ‘니콜라 사태’는 이런 움직임에 경종을 울렸다. WSJ는 개인 투자자들에게만 적용되던 ‘포모’가 기업으로 옮겨붙으면서 투자 의욕이 갑자기 꺾일 조짐이라고 지적했다. 피터 애트워터 윌리엄앤매리대 교수는 “대중이 무엇이든 믿는 상태에서 아무것도 믿지 않는 상태로 변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니콜라는 그동안 장밋빛 계획만 내놓았을 뿐 실제 수소전기차라고는 한 대도 생산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이 돈을 베팅하고 안심해왔던 건 유수의 기업들과 협력 관계에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 완성차 회사 제너럴모터스(GM)가 대표적이다. GM은 최근 니콜라와 전략적 제휴를 맺으며 니콜라의 보증수표가 돼줬다. 여기에 증권사들은 “전통 있는 GM이 신생 니콜라와 전략적으로 손을 잡은 만큼 니콜라를 둘러싼 의구심은 대부분 해소됐다”는 분석들을 내놨다.

피터 애트워터 윌리엄앤매리대 교수는 메모에서 “고무된 상태에서는 어른이라도 멋져 보이는 아이와 놀고 싶어한다”고 했다. 대기업이거나 역사가 길다고 해서 그들의 결정이 꼭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의미다.

물론 니콜라가 공매도 전문 리서치 업체 힌덴부르그의 주장처럼 진짜 ‘수십 가지 거짓말을 기반으로 세워진 사기 업체’였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니콜라 사태가 그동안 뜨겁게 달아올랐던 주식시장에 제동을 걸 것이라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인다며 어쩌면 과열된 주식시장 전반의 거품을 걷어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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