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한 토막] 고도리, 풀치 그리고 전어사리

입력 2020-09-2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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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라 편집부 교열팀 차장

천고마비지절(天高馬肥之節). 하늘이 맑아 높푸르게 보이고 온갖 곡식이 익는 가을철을 이르는 말이다. 이 시기에는 산란기를 맞은 바닷속 물고기들도 살이 올라 맛이 일품이다. 그중 가을이 되면 잃어버린 입맛도 돌아오게 한다는 물고기 삼총사가 있다. 고등어, 갈치 그리고 전어가 그 주인공이다.

그런데 고등어, 갈치, 전어는 성어(成魚)일 때 이름이다. 치어(稚魚)일 때는 이름이 다르다.

흔히 고스톱을 일컫는 ‘고도리’는 고등어가 새끼일 때 이름이다. 오늘날에는 새끼 고등어만 지칭하지만 원래는 치어, 성어 구분 없이 ‘고도리’라고 불렀다. 조선 숙종 때 중국어에 우리말 음을 달아 펴낸 단어집 ‘역어유해(譯語類解)’에 고도리가 설명돼 있는데, 당시 고등어를 ‘고도리’라고 불렀음을 알 수 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 외 고서적에 고등어를 高道魚, 高刀魚, 古刀魚(이상 고도어), 皐登魚(고등어), 碧紋魚(벽문어) 등 여러 한자로 표기해 소개하고 있다. 이는 한자의 음만 빌려 쓴 것이므로 오늘날 고등어를 의미하는 한자 표기는 없다.

갈치는 ‘역어유해’에 군대어(裙帶魚)라는 이름과 함께 한글로 ‘갈티’라고 기록돼 있다. 칼처럼 생긴 물고기라는 뜻으로 ‘칼[刀]’에 물고기류를 의미하는 접사 ‘-티(치)’를 합쳐 부른 것이 유래다. 간혹 일상에서 갈치의 동의어로 도어(刀魚)를 쓰기도 하는데, 이는 비표준어이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새끼 갈치의 이름은 풀치다. 풀치 또한 생김새에서 이름이 유래해 풀처럼 휘어져 있어 풀치라는 설이 있지만 어원은 명확치 않다.

전어(錢魚)는 고등어, 갈치와 달리 한자어다. 단어에서 짐작할 수 있듯 ‘돈’과 관련한 유래가 있다. 조선 실학자 서유구는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에 “전어는 귀천이 모두 좋아하고 맛이 좋아 사는 사람이 돈을 생각하지 않고 산다”고 소개했다. 그래서 ‘錢魚’라고 썼다는 것이다. 전어는 크기에 따라 대전어, 중간 엿사리, 전어사리 등으로 불리는데, 새끼 전어를 ‘전어사리’라고 한다. 보통 구이, 회로 먹는 가을철 전어는 빼째 먹기 때문에 새끼 전어인 전어사리를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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