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판은 G4부터 시작됐다. 가죽 지갑을 갖고 다니는 감성을 제공한다며 후면 커버에 천연 가죽 소재를 적용했는데,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듬해 출시된 G5는 필요한 기능의 부품을 뗐다 붙이는 세계 최초의 모듈식 스마트폰이었다. 역시 소비자들은 "새롭지만, 사용하기 불편하다"라며 혹평했다.
LG전자가 야심 차게 내놓은 'LG 윙' 역시 선입견을 품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직접 LG 윙을 써보니 기존과는 달랐다. "이번엔 정말 칼을 갈았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먼저 디스플레이가 두 개라는 점에서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크거나 무거울 것으로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잘 빠졌다. 일반적인 다른 대화면 스마트폰과 거의 같은 모양새다. 다소 묵직하지만, 윙의 활용성을 생각하면 크게 아쉬운 부분은 아니다.
LG 윙의 핵심은 화면을 돌리는 ‘스위블 모드’다. 엄지 손가락으로 메인 화면을 쓱 밀자 시계방향으로 ‘촥’ 소리를 내며 부드럽게 돌아갔다. 예전 '슬라이드폰'을 쓰는 듯한 감성이다.
LG 윙을 사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면, 스위블 모드의 사용성이 나에게 꼭 필요한가 보고 판단하면 될 듯하다.
모터로 작동하는 일반 짐벌과 달리 윙은 초광각 카메라를 활용해 소프트웨어로 이를 구현한다. 세컨드 스크린의 조이스틱을 조작해 흔들림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일반 손 떨림 보정 기능보다 한 단계 위다.
듀얼레코딩 기능도 흥미롭다. 전면 팝업 카메라가 솟아오르면서 촬영자와 피사체를 동시에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 각각의 영상을 나눠 저장할 수도 있고, 한 화면에 두 영상을 붙여 저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두 대의 카메라를 이용하지 않아도 피사체와 촬영자의 모습을 모두 촬영할 수 있다.
기존 스마트폰에선 영상을 시청 중 카톡이나 문자 등을 확인하려 하면 몰입감이 저해됐지만, 윙은 세컨드 스크린을 통해 두 가지를 모두 할 수 있다. 메인 스크린으로 유튜브를 보며, 세컨드 스크린으로 댓글을 달 수 있다.
게다가 윙은 전면에 카메라 노치나 홀이 없다. 팝업 카메라를 구현했기 때문이다. 아무런 방해물 없이 오로지 영상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이 밖에 세컨드 스크린을 노트북의 터치패드처럼 이용할 수 있는 기능도 흥미롭다. 또 인터넷 검색 등을 할 때, 세컨드 스크린으로 자판을 입력할 수 있다.
다만 전화통화와 메신저, 웹서핑 정도를 주로 사용하는 일반 소비자라면 윙의 두 가지 스크린이 거추장스러울 수 있다. 아무래도 기존 스마트폰보다 다소 묵직하며, 두꺼운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케이스 없는 윙의 두께는 케이스를 씌운 갤럭시노트20과 비슷했다.
익숙함을 추구하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앱 분할(한 화면에 두 가지 앱을 사용) 기능을 거의 활용하지 않았던 소비자들 역시 일반적인 스마트폰이 유리할 듯싶다.
새로운 소비자들이 윙을 찾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선 LG전자의 노력도 필요하다. 게임, 동영상 업체들과 스위블 모드를 잘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다양한 제휴에 나선다면, 윙의 충성 고객 혹은 새로운 고객 유입이 더 늘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