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명품그룹인 프랑스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미국 주얼리 업체 티파니 인수가 불발되면서 투자자들이 제3의 기업에 베팅하고 있다. LVMH가 티파니 대신 다른 명품 브랜드 인수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주 LVMH의 티파니 인수 무산 소식이 전해진 뒤 ‘까르띠에’와 ‘반클리프앤아펠’ 등 세계적 명품 브랜드를 거느린 스위스 리치몬트의 주가가 일주일 새 6% 급등했다. 다른 명품 브랜드 ‘몽클레어’와 ‘버버리’ 주가도 각각 11%와 5% 뛰었다.
15일 발표된 중국의 8월 소매판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이후 처음으로 전년 동월 수준을 회복한 것이 호재로 작용한 것이지만, 이들 기업 주가는 그 이전부터 뛰었다.
이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LVMH가 티파니 인수를 철회한 후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이 다른 명품 브랜드에 눈독을 들이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리치몬트 주가가 급등한 건 두 회사가 합병하면 시너지가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WSJ에 따르면 LVMH가 리치몬트와 합치면 시계·주얼리 부문을 강화하는 데 큰 힘이 된다. 이 부문은 2019년 LVMH 그룹 전체 매출의 8%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LVMH가 섣불리 인수에 나서기엔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명품 부문의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높게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UBS에 따르면 유럽 명품 브랜드 종목은 예상 주가수익비율(PER)로 보면 MSCI유럽지수 대비 93%의 프리미엄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작년 4분기 62%에서 더 높아졌다.
게다가 명품업계의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은 것도 문제다. 해외여행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 명품업계는 세계 매장들을 대폭 구조조정 해야 한다. 국제 다중통화지급·데이터 처리업체인 플래닛페이먼트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관광객들의 명품 구입이 역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데, 8월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명품 구입 지출이 전년 동기 대비 93% 감소했다. 명품 쇼핑이 점차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함에 따라 전자상거래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해진 것이다.
또 한 가지 문제는 LVMH가 티파니와의 딜을 엎자마자 바로 다른 기업과 손잡는 것은 평판에도 좋지 않다. 티파니가 법적 공방을 예고한 만큼 LVMH는 이 절차가 끝날 때까지는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기업이 따로 합의하지 않는 한, 법적 절차는 최대 몇 년 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편 LVMH와 티파니의 인수 거래는 결국 법정 공방으로까지 번졌다. 앞서 LVMH는 9일 성명을 내고 지난해 결정한 티파니 인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LVMH는 미국과 프랑스 간 관세 부과 긴장이 높아지면서 프랑스 외교부로부터 인수를 미루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티파니는 LVMH가 코로나19로 경영이 어려워져 고의로 인수를 지연시키고 있다며 미국 델라웨어 법원에 LVMH를 제소했다. LVMH는 티파니를 경영부실 혐의로 맞고소하겠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