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WTO 전문가 패널 3인은 이날 미국이 2018년 약 2340억 달러(약 276조1000억 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를 무역 규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미국은 중국의 부당한 정부 보조금 지급과 지식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자국의 무역법 제301조에 따라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1974년 만들어진 통상법 301조는 불공정 무역에 대한 구제 관련 조항이다. 무역협정 위반, 통상에 부담을 주는 차별적 행위 등 불공정한 외국의 무역 관행으로부터 미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 대통령이 단독으로 과세나 각종 무역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함께 거론되는 조항으로는 ‘스페셜 301조’와 ‘슈퍼 301조’가 있다. 스페셜 301조는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특별 조항이다. 여기에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미국의 지식재산권에 부담되는 정책이나 관행을 보유한 국가를 우선 감시대상국으로 선정·조사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슈퍼 301조는 1989년부터 1990년까지 한시법 형태로 제정됐던 역대 가장 강력했던 조치로, 통상법 301조를 대폭 강화해 USTR가 의무적으로 무역관행을 살펴보고 무역보복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과거 빌 클린턴 행정부는 행정명령을 통해 3년간 공식 만료된 슈퍼 301조를 부활시키기도 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빈번하게 거론되는 법 조항은 아니었다. 미국이 1990년대 WTO에 가입하고, 해당 기구의 분쟁 해결 절차를 따르기로 하면서 사실상 사문화된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 이들 조항은 줄기차게 소환됐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무기가 된 것도 슈퍼301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3월 ‘중국의 경제침략을 겨냥한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 미국 경제를 해치는 중국의 불공정 관행을 통상안보 법률인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징벌하겠다는 것이었다. 이후로도 무역법 301조는 언론에 자주 등장했다. 올해 6월에도 USTR는 슈퍼301조에 근거해 디지털세를 도입하거나 검토하는 한편, 유럽연합(EU)과 인도, 브라질, 영국, 오스트리아, 체코,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스페인, 터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다만 이번 WTO의 판결이 슈퍼301조를 동원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에 변화를 가져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WTO에서 1심 역할을 하는 패널은 “중국에 서류상 승리를 안겨줬지만, 미국이 이미 상소 절차를 해체해 WTO를 절름발이로 만든 만큼 (판결의) 의미가 작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WTO는 미국의 보이콧으로 지난해부터 대법원 격인 상소 기구의 기능이 정지된 상태여서 최종 판단 절차가 진행될 수 있을지 불분명한 상황이다. 아울러 중국이 WTO의 판결이 나오기 전에 이미 보복 관세를 부과해 마찬가지로 WTO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