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산업 위축, 컨트롤타워 법안 부재 등 한계점도 존재
지난 국회와 달리 21대 국회 들어 발의된 환경·기후 관련 법안들이 유독 눈에 띈다. 여야를 막론하고 그 어느때보다 기후변화를 심각한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국회의원의 절반이 이미 '기후위기 비상선언 및 대응 촉구 결의'에 동참한 상태다.
제안된 법안 중 상당수는 '탄소 배출을 줄여야한다'는 의무에 초점을 두고 있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국가회계법·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은 'IPCC의 2018년 특별보고서'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채택한 기후변화협약(UNFCCC)은 당사국 회의 결정문에서 UN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 특별보고서를 요청했다. 이에 IPCC는 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0년 대비 최소 45%로 감축, 2050년까지 탄소중립 이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법안은 정부 예산이 탄소 감축에 미치는 효과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정부의 예산편성과 집행에 반영하기 위한 ‘탄소감축인지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이다.
양이 의원이 발의한 또 다른 법안 '환경영향평가법 일부개정법률안'도 탄소 감축을 위한 내용이다. 기존에 존재하던 환경 영향 평가 항목에 온실가스 감축을 추가로 포함했다. 양이 의원은 “사회 전체가 바뀌려면 개별 사업 하나하나가 아니라 구조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며 법안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해외 신규 석탄발전소 투자를 제한하는 법안도 대거 쏟아졌다. 이소영·우원식·김성환·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각각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무역보험법, 한국수출입은행법, 한국전력공사법, 한국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특히 이소영 의원은 해외 투자에 관여하는 공공기관 4곳을 제한하는 내용으로 상임위에 맞춰 각각 발의했다. 이 의원은 “국내에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안 지어도 똑같은 발전소를 해외에 지으면 지구온난화를 막는 데 도움이 안 된다”며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김성환 의원은 이외에도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고 선언한 캠페인인 RE100(Renewable Energey 100%)에 한국 기업의 가입을 돕는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도 발의했다. 현재 가입한 국내 기업은 LG화학이 유일하다.
이를 위해 현행 전력시장의 틀은 유지하되 재생에너지전기공급사업을 겸업이 가능한 전기신사업의 한 종류로 추가해 기업이 재생에너지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김 의원은 “한국 사회의 기후 위기가 매우 심각하고 이를 극복하려면 어떻게든 재생에너지를 시급하게 늘려야 하기에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후변화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신종 전염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자치단체의 기후변화 예·결산 집행 등을 평가하는 '지방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환경 관련 법안들은 여야 관계없이 필요성, 시급성을 공감하는 만큼 통과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임의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1일 ‘기후위기 비상선언 및 대응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지금까지 4개의 기후위기 관련 결의안이 발의됐으며 이에 동의한 의원만 149명에 달한다.
다만, 여전히 한계점이 존재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같은 법안이 통과될 경우 석탄·가스 발전소 등 기존 산업이 위축될 수 있어 경제 논리와 상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산업 발전을 방해하면 안 된다는 인식이 강해 관련 법안 통과가 지연된 사례도 있다. 또 이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2050 넷제로(net-zero·배출량 0)’ 등과 같은 더 큰 틀의 명문화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소영 의원은 “경제 논리를 따른다 하더라도 (온실가스 감축을) 하지 않을 수 없으니 그런 부분을 다른 의원들에게 설명, 전달하고 정부도 설득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양이원영 의원은 “정치는 시대 책임을 읽어야 한다”며 “정쟁 속에서 미래세대를 희생시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