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내 기업들이 휘청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이 급감하면서 빚으로 버틴 모습이다. 매출액증감율은 통계집계 이래 처음으로 두자릿수대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제조업에서 타격이 컸다. 반면 차입금의존도는 17분기(4년3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15일 한국은행이 외부감사대상 법인기업(외감기업) 중 3862곳을 표본조사한 결과, 대표적 성장성 지표인 매출액증감률은 올 2분기(4~6월) 마이너스(-)10.1%를 기록했다. 이는 한은이 외감기업을 대상으로 관련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 1분기 이래 사상 최저치다. 직전 최저치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 7 단종과 현대기아차 파업 여파를 겪었던 2016년 3분기(-4.8%)였다. 아울러 지난해 1분기 -2.4%를 기록한 이래 6분기 연속 하락세로 이 또한 2015년 1분기부터 2016년 3분기까지 기록한 하락세 이후 최장 기간 내림세다.
부문별로 보면 제조업은 12.7% 떨어졌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화학(-26.8%)이 크게 하락하고, 운송장비가 자동차 수요 부진으로 17.3% 하락한 때문이다. 기타 금속제품(-15.2%)과 비금속광물(-12.1%) 등도 하락 폭을 키우면서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업종별 격차도 확대됐다. 업종 및 지표별로 나눈 1분위(25%) 기업과 3분위(75%) 기업 간 분위수 격차는 1분기 30.5에서 2분기 38.3으로 확대됐다.
김대진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2분기엔 코로나19 영향이 가장 컸다”며 “이로 인해 국제유가 하락과 자동차 판매 부진 등으로 제조업 부문이 특히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1분기 땐 코로나19 영향이 본격적이지 않아 기업간 분위수 레인지가 벌어지지 않았다”며 “2분기에 (코로나가) 본격화되면서 전반적으로 레인지가 떨어지고 확대됐다”고 덧붙였다.
비제조업 역시 6.5%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도매 및 소매업은 6.9% 하락했고, 운수업은 항공사 실적 부진에 따라 15.8% 떨어졌다.
기업별로는 전산업에서 대기업이 -1.9%에서 -11.3%로 하락했고 중소기업은 -1.8%에서 -4.9%로 하락했다.
수익성 지표 역시 부진했다. 대표젹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영업이익률은 5.3%로 전년 동기(5.5%) 대비 하락했다. 이는 1000원어치를 팔아 53원을 남겼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제조업은 5.7%에서 5.3%로 하락한 반면, 비제조업은 5.2%에서 5.3%로 상승했다. 비제조업은 음식숙박업이 -2.97%를 기록하며 마이너스 전환했으나, 운수업(6.39%)과 건설업(6.66%), 정보통신업(9.54%) 등이 지난해보단 개선된 것으로 집계됐다.
김 팀장은 “정보통신업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비중이 늘고 판관비가 줄어든 영향이 있었다“며 “운수업의 경우 국제 화물운임이 많이 늘어남에 따라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기업 안전성을 나타내는 부채비율은 87%로 전기(88.2%) 대비 하락했다. 반면 차입금의존도는 직전분기 25.3%에서 25.6%로 상승했다. 이는 2016년 1분기(26.2%) 이후 최고치다.
1분기 부채로 계상됐던 미지급배당금을 2분기 지급하면서 부채비율이 하락했지만, 대기업을 중심으로 회사채 순발행 규모가 늘면서 차입금의존도는 상승했다는게 한은측 설명이다.
이밖에도 자기자본비율은 53.13%에서 53.49%로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