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11일 중국에서 개봉한 뮬란은 주말 동안 2320만 달러(약 274억 원)를 벌어들였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최신작 ‘테넷’을 제치고 중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긴 했지만, 지난해 ‘라이언 킹’이 개봉 주말 5390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에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디즈니 측은 7월부터 중국 내 영화관이 재개된 것을 고려하면 고무적인 실적이라고 자평했다. 디즈니에 따르면 중국 영화관의 91%가 주말에 개장했지만 대부분 영화관은 관객 수를 절반만 받게 돼 있다. 하지만 CNBC방송은 최근 중국의 블록버스터 영화인 ‘팔백’이 개봉 주말 더 적은 숫자의 상영관으로도 83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고 비교했다.
영화에 대한 관객의 반응도 미적지근하다. 중국 최대 리뷰사이트인 ‘더우반닷컴’에서 뮬란은 10점 만점에 4.9점밖에 받지 못했다. 상하이에서 뮬란을 관람한 시민 첸지제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뮬란은 거의 모든 중국인에게 친숙한 이야기”라며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와 영화가 달라 충돌이 있다”고 말했다.
뮬란의 부진한 개봉 성적에는 계속해서 이어진 논란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8월에는 주인공 뮬란 역을 맡은 배우 유역비가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나는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며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대를 비난하는 글을 올려 불매 운동이 벌어졌다.
여기에 더해 뮬란의 엔딩 크레딧에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투루판 공화국에 감사를 표한다’는 문구가 나온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디즈니가 중국의 인권탄압을 모른 척 하고 촬영을 진행했다는 비난을 받게 됐다. 논란이 커지자 중국 당국이 현지 주요 언론매체에 “뮬란의 개봉을 보도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는 업계 관계자의 증언까지 나왔다.
엔터테인먼트 시장 조사업체 이그지비터릴레이션스(ERC)의 제프 복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팔백’과 같은 자국 영화가 흥행하는 상황”이라며 “중국을 위해 맞춤 제작됐지만 연결고리가 없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은 뮬란의 구세주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자사 스트리밍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