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의 개인 신용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10일 현재 신용대출 잔액은 125조4172억 원으로, 9월 들어 열흘 동안 1조1425억 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추세라면 9월에도 사상 최대(4조755억 원)를 나타냈던 8월 증가액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올해 5월까지 전월 대비 1조 원대의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다가 6월(2조8374억 원), 7월(2조6760억 원) 급격히 늘어났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 강화로 주택담보대출이 사실상 막히면서 주택 관련 자금을 신용대출로 끌어쓰는 ‘풍선효과’에, 과열 양상을 빚는 주식투자 자금의 대출수요가 많아졌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어려움이 심해진 가계의 생활자금 신용대출이 증가한 영향도 큰 것으로 분석된다. 저금리로 5대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현재 연 1.85∼3.75% 수준이다. 2∼4% 정도인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오히려 낮은 상황까지 겹쳐져 있다.
은행권뿐만 아니라 금리가 훨씬 비싸고 저신용 차주(借主)가 많은 캐피털·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사와 저축은행 등 2금융권 신용대출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금융당국 집계에 따르면 2금융권 개인 신용대출은 6월 4000억 원, 7월 8000억 원, 8월 9000억 원씩 늘었다.
신용대출은 사실상 용도를 알 수 없는 ‘깜깜이’ 대출이다. 게다가 주택대출과 달리 담보조차 없다. 차주가 빚을 못 갚을 경우 고스란히 부실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금융회사 건전성에 타격을 주고 금융시스템 전반에 연쇄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위험이 높은 것이다.
금융당국은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신용대출 실태 조사에 나선 모습이다. 우선 급증한 대출자금이 쓰인 용도를 확인해, 부동산 규제를 우회한 편법 대출을 감독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당장 생활고로 생계자금의 신용대출이 절실한 가계와, 코로나 피해로 경영난을 겪는 자영업자 등의 돈줄까지 막힐 가능성 때문에 섣불리 규제하기도 어려운 딜레마가 있다.
그럼에도 짧은 기간 이례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신용대출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주식투자에 돈이 몰리면서 대출이 늘어나는 현상이 뚜렷한데, 변동성이 큰 주식시장의 거품이 꺼질 경우 금융시스템에 심대한 충격이 불가피하다. 담보도 없는 빚이라는 점에서 더 큰 문제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가 계속 나빠지는 상황이다.
어느 때보다 신용대출의 리스크가 크게 부각되고 있다. 금융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대출 건전성의 관리가 시급한 실정이다. 신용대출 부실이 자칫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