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ARM 인수 임박...글로벌 반도체 업계 천하무적 탄생하나

입력 2020-09-13 16:54 수정 2020-09-1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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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설계·제조업체 엔비디아의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 인수가 임박했다는 소식에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시가총액에서 미국 인텔을 제치고, 업계 2위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엔비디아가 ARM까지 손에 넣게 되면 ‘반도체 괴물’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이미 GPU 설계·제조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갖고 있으며, 특히 세계 스마트폰용 반도체 설계에서 거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데이터센터 등의 시장에까지 진출했다.

이중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건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기술이다. 엔비디아가 5월에 발표한 데이터센터용 GPU ‘A100’은 이전 프로세서 대비 성능이 최대 20배 향상된 것으로, 전 세계 AI 연구자들이 탐내고 있다. 7월 말, AI 계산 시 반도체 성능을 평가하는 컨소시엄 ‘MLPerf’가 8개 분야에 걸쳐 평가한 결과를 공개했는데, A100은 모든 항목에서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한 반도체 중 최고의 훈련 성능을 기록했다.

현재 IT 산업에서는 AI에 기반한 클라우드 컴퓨팅과 데이터센터 분야가 고속 성장하는 가운데,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시장에서 왕좌를 노리는 엔비디아로서는 고무적인 결과다.

6월 끝난 2021회계연도 2분기에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17억5000만 달러(약 2조7725억 원)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성장률은 무려 167%에 달했다. 여기에 이스라엘 컴퓨터 네트워킹 부품업체 멜라녹스테크놀로지스까지 산하에 넣으면서 엔비디아의 자체 생태계도 커지고 있다. ARM까지 추가하면 그야말로 ‘천하무적’이 되는 셈이다.

엔비디아는 그동안 닌텐도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에서부터 자율주행차량용까지 ARM의 기술을 채용하는 등 ARM과 수년 동안 파트너 관계를 맺어왔다. ARM을 산하에 두면 양사가 더욱 긴밀하게 협력해 신기술 개발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겠다고 나섰을 때 업계 전문가들은 무모한 도전이라고 여겼다. 소프트뱅크도 사물인터넷(IoT)과 AI 시대를 염두에 두고 업계 사상 최대 금액에 ARM을 인수했지만, 시너지 효과는커녕 적자만 보다가 결국 매물로 내놨기 때문이다. 더구나 ARM은 엔비디아와 겹치는 라이선스도 있기 때문에 일부 기술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ARM 인수로 GPU 강화는 물론 데이터센터에도 함께 사용하는 중앙처리장치(CPU)로의 진입이 현실화, 더 다양한 분야에서 시장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거대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고객사인 구글이나 아마존닷컴도 반도체 자체 제작에 나선 가운데 한발 앞서 치고 나간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ARM 인수에 대해선 업계의 반감이 크다. ARM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든 모바일 기기에 반도체 기술을 공급하고 있는데,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면 관련 특허를 폐쇄적으로 운영하거나 특허료를 높게 받는 등의 정책을 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삼성전자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삼성은 스마트폰의 두뇌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설계를 ARM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만일 엔비디아가 ARM 인수 후 독점적 지위를 남용할 경우, 삼성은 오픈소스 기반의 기술을 사용해 모바일 AP를 만들거나 최악의 경우 타사 AP를 구매해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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